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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스트레스가 '돌연사' 부른다

천하한량 2017. 8. 19. 03:53

만성 스트레스가 '돌연사' 부른다

일본 연구팀, 메커니즘 규명
스트레스로 뇌에 염증 발생
새로운 신경회로 활성화
소화기관으로 염증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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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락근 기자 ]


스트레스가 질병뿐만 아니라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여태껏 스트레스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 중 하나라고 의학계에서 경험적으로 유추해왔다. 분자 단위의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스트레스에 기인한 질병 예방과 진단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홋카이도대 유전자병제어연구소의 무라카미 마사아키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뇌 부위에 염증을 일으켜 소화기질환 및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돌연사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온라인 생명과학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다발성 경화증의 동물 모델에서 ‘실험적 알레르기 척수염(EAE)’ 증상에 악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기획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자가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면서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2012년 특정 자극으로 생성된 경로를 통해 면역세포가 중추신경계에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잠을 재우지 않거나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등 특정 사육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실험용 쥐에 스트레스를 가했다.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에 EAE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세포(CD4+T세포)를 주입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를 주입한 그룹은 1주일 안에 70%가량 돌연사했다. 돌연사한 쥐는 모두 뇌 부위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면역세포의 중추신경계 침투를 도왔다고 분석했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시상하부 주변에 있는 실방핵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이 때문에 제3 뇌실, 시상, 해마의 경계부에서 CD4+T세포가 혈액뇌관문을 넘어 중추신경계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켰다.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EAE에 걸린 쥐는 CA4+T세포가 시상하부 쪽이 아니라 다른 혈관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침투했다. 혈액뇌관문은 면역세포가 중추신경계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생기면서 전에는 없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고 위와 십이지장을 포함한 소화기를 관장하는 곳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염증이 확대됐다.

염증이 생기면서 또 다른 염증을 유발하는 인자인 ‘아데노신3인산’ 분비를 촉진한 게 염증이 확대되는 악순환을 일으켰다. 돌연사는 소화기관 염증이 심해져 출혈이 동반되고 여기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지면서 심부전으로 이어져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뇌의 특정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새로운 신경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장기의 기능장애가 발생한 메커니즘을 입증했다는 점을 연구 성과로 꼽았다. 무라카미 소장은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면역세포의 양과 뇌 부위 염증 유무에 의해 질병으로 발전될지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