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北 폭격'.. 北·中 고강도 압박한 트럼프
국기연 입력 2017.04.09. 18:26 수정 2017.04.09. 21:09 댓글 11개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공동 대응책 마련에 실패함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고강도 압박 전략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북한은 시리아와 비교할 수 없는 군사강국이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선택하는 데는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화 나누는 트럼프·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정원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6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리아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은 시 주석에게 필요하면 북한을 폭격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미국이 특히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을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배치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6일 지중해에 있는 해군 구축함 포터함 등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시리아를 향해 발사했기 때문에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한 것은 북한에 대한 예비 군사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리아 폭격 결정에서 보인 즉흥적인 정책 결정 방식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어린이들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죽어가는 사진과 영상을 본 뒤 전격적으로 폭격 명령을 내렸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다만 북한은 시리아와 비교할 수 없는 군사강국이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선택하는 데는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북 군사 옵션을 선택하기에 앞서 단계적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미국은 북한을 국제경제 체제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는 전방위 경제 및 금융 제재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제거 및 북한 정권 교체, 북한 기간시설 파괴 등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미국은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 시행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7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에서는 이견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정부는 회담이 끝난 뒤 독자적인 북한 문제 해결에 본격 착수할 것임을 예고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우리가 취할 수도 있는 다른 조치들에 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면 좋겠으나 그것(미·중 협력)이 중국 측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있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북 대응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틸러슨 장관과 함께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한 브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이든 시리아든 제재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며 “최대한 효과를 내도록 제재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중국을 건너뛸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브리핑에서 중국 2위 통신장비기업 ZTE가 북한 등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이유로 11억7000만달러(약 1조3291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예를 들면서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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