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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리아 이어 북한 폭격? 시진핑이 속으로 웃었다

천하한량 2017. 4. 10. 01:17

트럼프, 시리아 이어 북한 폭격? 시진핑이 속으로 웃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의 시리아 폭격으로 빛이 바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자신이 소유한 휴양 시설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청해 6, 7일(현지시간) 사이에 약 21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때 시 주석이 보란듯이 토마호크 미사일 59발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중국은 시리아 내전이 계속된 지난 6년 동안 줄곧 미국 등 특정 국가의 군사적 개입에 반대해왔다. 중국은 특히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다음은 북한 차례인가.

중국은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을 상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자고 트럼프 정부에 요구해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하자 중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종용해왔다고 WSJ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정부의 군사 옵션과 같은 호전적인 수사가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는 군사 행동을 극구 자제한 채 신중한 접근을 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시라아 정부군의 사린(신경 가스) 살포로 민간인 대량 살상 사태가 터지자 ‘레드 라인’을 설정하겠다고 엄포했으나 끝내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폭격은 “다음번은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 차례이다’’ 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WSJ이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도 이날 “이봐, 다음번에는 북한의 꼬마 미치광이를 잡으로 갈 것이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이 자신의 휴양 시설에 머물고 있는 시점에 시리아 공격 명령을 내려 의전을 중시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 시 주석에게 심각한 결례를 범했다고 FP가 지적했다.

◆미국을 비웃는 중국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놀란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결코 아니라고 FP가 주장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군사력을 어리석게 낭비하는데 놀랐을 것이라고 이 전문지가 지적했다. 중국은 시리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시리아에 ‘핵심 이익’이 걸려있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시리아는 큰 수출 시장이 아니고, 핵심 우방국도 아니며 중국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중동의 조그만 나라일 뿐이다. 중국은 이 때문에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하든지 말든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FP가 분석했다.


중국은 특히 세계의 경찰 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이 시도 때도 없이 군사력을 함부로 동원하는 게 오히려 지역 안정을 해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이 전문지가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1979년 베트남을 침공했다가 물러난 이후 지난 39년 동안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 탈 냉전 시대에도 12개 이상의 국가에서 전쟁을 치른 것을 지켜보면서 경제 발전에 집중해왔다. 중국은 또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경제 동맹국’을 늘려왔다. 중국은 이 와중에 군비를 확대하면서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 인공 섬을 건설하는 등 영유권 강화 조치를 취하는 실리를 챙겼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중국에는 호재

미국이 9.11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2003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나섰다. 미국은 사상 최고의 전비를 투입하며 전쟁을 치렀으나 이라크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도 불구 중동은 여전히 국제 사회의 화약고로 남아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국력을 소진하는 사이에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급성장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으며 이제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 2로 대접받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던 트럼프가 시리아 폭격을 계기로 또다시 ‘중동의 덫’에 걸려든 것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포린 폴리시가 지적했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사이에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전략적으로 보면 미국이 중동에 군사적으로 깊게 개입할수록 중국이 유리해진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정부가 중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었던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정부의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 정부는 유럽과 중동에 집중돼 있는 미국의 군사력을 아·태 지역에 집중하는 ‘아시아 중심축 이동 전략’을 구체화했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의 이 전략을 즉각 폐기했다. 중국은 시리아 사태의 수렁에 빠진 트럼프 정부가 전면전 위험을 감수한채 북한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 주석이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을 보면서 속으로 웃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