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전 세계 주요 도시 133곳 중 6위를 차지했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 이런 도시들 다 제친 순위인데,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주제로 선정된 결과입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 생활비(Worldwide Cost of Living)’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서울 물가가 세계에서 6번째로 비싼 도시로 꼽혔습니다. 특히 식료품과 옷 물가는 서울이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삶의 질에 관한 통계에서는 115위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이 ‘물가’는 오르는데, ‘삶의 질’은 떨어지는 도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2017년 물가 순위 6위 차지한 서울
EIU는 30년 넘게 매년 세계 주요 도시들의 물가 순위를 선정해왔습니다.
미국 뉴욕 물가를 기준점인 100으로 잡고 식품, 의류, 주거, 교통 등 150여 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세계생활비지수'에 따라 물가 순위를 매기는 겁니다.
그 결과, 2016년 물가 순위 1위는 싱가포르가 차지했고 2위는 홍콩이었습니다. 스위스의 취리히, 일본의 도쿄, 오사카가 그 뒤를 이었고 서울은 6위에 올랐습니다.
통상적으로 유럽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나라로 꼽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살인 물가'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오슬로, 핀란드의 헬싱키는 각각 11위와 16위를 차지했습니다.
영국 런던은 24위로 생각보다 낮은 순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진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고 알려진 뉴욕도 서울보다 낮은 순위인 9위를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싼 도시는 주로 인도였는데, 뉴델리는 124위, 뭄바이는 127위를 차지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시가 133위로 물가가 가장 싼 나라로 선정됐습니다.
■ 서울 물가, 50위에서 7년 만에 6위로 ‘껑충’
전세계 주요 도시들을 앞지르고 지난해 서울이 물가 순위 6위를 달성한 점도 눈에 띄지만, 순위 변화의 폭이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서울은 전 세계 대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1999년 50위였던 서울의 물가 순위는 2000년 36위로 오른 데 이어 2014년 9위로 순위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2015년에는 8위, 2016년엔 6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999년과 지난해 순위를 비교하면 서울의 물가 순위는 17년 만에 무려 44계단이나 뛰어올랐습니다.
20년도 채 되기 전에 서울은 물가가 비싼 도시 50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오른 겁니다.
■ 뉴욕보다 50% 비용 더 드는 ‘서울 장보기’
서울의 물가는 특히 식료품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세계 물가 순위 1∼10위 사이 도시들을 비교하면, 서울은 빵 값(1㎏ 기준)이 14.82달러, 와인 가격(1병)이 26.54달러로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옷 값 물가 역시 다른 주요 도시들에 비해 서울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의식주(衣食住) 중 옷과 음식 두 가지 분야에서 서울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겁니다.
EIU는 “서울이 일본의 도쿄, 오사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생활필수품이 가장 비싼 곳으로, 뉴욕에서 장을 볼 때보다 약 50% 정도 비용이 더 든다”고 평가했습니다.
■ 물가가 오르는데, 삶의 질은 떨어진다?
높아지는 물가와 달리, 서울에 사는 시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가 전 세계 주요 도시 23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질 순위에서 서울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주재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 조사에 따르면, 230개 도시 중에 서울은 살기 좋은 순위 70위, 80위권을 유지하다가, 물가 순위 6위를 달성한 지난해 115위까지 추락했습니다.
각종 생활필수품의 물가는 세계 1위를 달성하며 급격히 오르는 추세인데, 반대로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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