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깨진 약속”“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하며 전면 개정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58억 달러(약 29조원). 한미 FTA 체결 이후 크게 늘었다. 한미 FTA가 수술대에 오르면 미국은 자국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보호장치를 들고 나올 것이다. 한국의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악재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서 찾아온다. 트럼프는 중국을 미국 일자리를 앗아가는 주범으로 인식한다. 그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45%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초토화된다. 다이와 증권은 78% 감소를 예상했다. 중국이라고 가만히 있을리 없다. 미국산 제품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때릴 것이다.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고래 싸움에 끼어있는 새우 신세다. 당장 중국을 거쳐 미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 경제의 냉각은 한국 최대 수출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가 일으키는 보호무역 바람은 세계 각국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글로벌 교역을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로선 치명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미국 통화정책은 궤도 수정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나는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엔 오랜 초저금리가 시장에 거품을 조장한다는 매파적 시각이 가득하다. 비둘기파의 대모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은 교체가 확실시된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옐런을 임기 만료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옐런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이렇게 되면 금리를 최대한 천천히 올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Fed의 기존 통화정책 구상은 헝클어진다. 금리는 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될 소지가 다분해진다.
트럼프의 대내 경제정책은 감세와 규제 철폐로 집약된다. 감세 폭은 크다. 로널드 레이건 시절 이후 최대 규모라고 주장할 정도다. 최상위층의 소득세율을 현행 39.6%에서 33%로 인하하는 한편 법인세 최고세율을 33%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다. 그는 또 “평생 세금을 낸 근로자들에게 죽어서도 세금을 내게 할 순 없다”며 상속세 폐지도 약속했다.
월가 규제는 대거 해제된다. 트럼프는 월가를 옥죄고 있는 도드 프랭크법은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이 금융산업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트럼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인 ‘오바마 케어’ 폐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내세웠다. 대대적인 감세와 대규모 투자지출은 재정적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경제분석기관인 CRFB는 트럼프 공약 이행에 향후 10년간 11조~16조 달러가 들고 미국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4%에서 111~141%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는 빚을 내(국채 발행) 빚을 갚는 악순환에 더 깊이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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