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습기 살균제나 항균 탈취제 같은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화학적인 방법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학물질이 든 생활용품 사용을 자제하려는 사람이 많다. 베이킹소다나 구연산 등을 이용해 세제·살균제 등을 직접 만들어 쓰는 이른바 '노케미(no-chemi)族'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화학물질은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물건에 함유돼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매일 사용하는 치약에는 박테리아 억제를 위한 파라벤이나 클로로산을 비롯해 글리세롤·노닐페놀 같은 화학물질이 들어가 있고, 화장품 한 제품에만도 글리세릴스테아레이트·트로메타민·페녹시에탄올 등 20여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동안 200종 정도의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온갖 곳에 있는 화학물질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신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과 하은희 교수는 "화학물질은 주로 피부·코·입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며 "이렇게 들어온 화학물질은 종류에 따라, 내분비계·생식기계·호흡기계·신경계 등에 가서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소아가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폐증이나 ADHD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미국에서는 신경·행동 장애의 10%가 화학물질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임신부의 경우, 화학물질이 태아에게 직접 전달돼 선천적 기형·저체중·조산 같은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유해 가능성' 때문에 화학물질이 든 모든 제품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다행히 대부분의 제품은 화학물질이 허용치 범위 내로만 들어가 제조·판매되기 때문에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4만3000여 종에 달하는데, 이 중 15% 정도만이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다(한국환경보건학회 자료). 경희대 환경공학과 여민경 교수는 "나머지 85%는 어떤 유해성을 발휘할 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에 적힌 용법·용량과 사용상 주의사항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은희 교수는 "샴푸·치약·세제 같은 생필품을 고를 때 효과만 생각하지 말고 가급적 화학물질이 적게 든 제품을 고르고, 권장 사용량을 지키는 것이 좋다"며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로 들어올지 모르는 화학물질도 많으므로 수시로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99.9% 살균' '항균 기능' 등이 강조된 제품만 덜 사용해도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여민경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면역력을 갖고 있어서, 항균·살균 기능이 있는 생활용품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위생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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