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명예퇴직한 김모(48)씨는 부푼 꿈을 안고 치킨집을 차렸다. 경쟁 점포가 많긴 하지만, 비교적 손 쉽게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 김씨는 "직장에서 나오며 받은 퇴직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모험인 줄은 알지만 자영업이라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폐업하는 개인 사업자(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음식점이나 소매점포를 운영했다.
◆음식점·치킨집 등 '묻지마 창업'…결과는?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는 68만604명이었다.
14개 업태별로 보면 식당을 운영하다가 접은 자영업자가 15만6453명으로, 전체 자영업 폐업 가운데 23.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편의점이나 옷 가게 등 소매업이 14만36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매업 폐업자는 전체의 20.6%이었다. 즉, 음식업과 소매업 폐업 자영업자가 전체의 43.6%인 셈이다. 이어 △서비스업(11만3319명) △부동산임대업(8만578명) △운수·창고·통신업(5만2327명) 순이었다.
영업이 제대로 안되어 문을 닫는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음식점을 그만둔 자영업자 2명 중 1명이 사업 부진을 폐업 사유로 꼽았다. 소매업도 50.6%가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새로 치킨집 차리는 사람 아직도 많다
이처럼 식당이나 소매업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의 폐업이 유독 많은 것은 이들 업종의 창업이 비교적 쉬워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후가 불안한 베이비부머가 퇴직한 뒤에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업종의 공급만 늘어 폐업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9000명 감소했다.
◆종업원 없이 혼자 장사할 정도로 상황 좋지 않아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1994년(537만6000명) 이후 가장 적고, 같은 기간 감소폭은 11만8000명이 줄었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 지난해 자영업자 중 종업원 없이 혼자 장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명이나 줄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3만1000명 증가,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훨씬 더 많았다.
2002년 619만명까지 늘었던 자영업자는 2008년 590만명대로 줄어든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다. 자영업자들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난 월급쟁이들이 치킨집 등에 뛰어들어 자영업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수익률이 낮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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