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가 없는 퇴직가장.
50대 중반에 퇴직한
한 가장이 쓴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퇴직한후
출근하지 않고 집에있으니 모든게 생소했다.
자기집, 자기가족이지만
직장의 사무실보다 낯설었으며
가족들과의 일상적인 친밀도도
직장동료들 보다 못했다.
글자그대로
하숙생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가장 충격적 이었던 것은,
아내와 아들, 딸이 자기와 함께
TV 보는 것을 기피하는 사실이었다.
그들셋은
오래동안 함께 TV 프로들을 즐겼는데
어느날
거기에 국외자인 아버지가 끼어 앉으니
서로가 생소하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더 섭섭한 것은
중간역할을 해 줘야할 아내까지도
자기를 기피하는 사실이었다.
부부간에
살틀한 애정이 없기때문이었다.
결국
자기집과 자기가족이지만
거기엔
퇴직한 자기의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자기만 생소한게 아니라
가족들도
퇴직한 남편과 아버지가 생소했다는 얘기다.
집안에서 설 자리가 없는 퇴직가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살아온 패턴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기가막힌 일이 생기는것일까.
제집에서 자기자리가 없다는 것은
사실
남은 인생을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
자기집과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의 보금자리다.
분명
거기에는 자기자리도 있어야 정상이다.
퇴직한 가장이 겉돈다는 것은
그래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준비’ 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준비는
물리적인것과 함께 정신적인 것도 포함된다.
어떤면에선
정신적인 것-정서적인 준비가 더 절실할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직장에 다니는 동안은
퇴직후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주 구체적인 내일로 다가오는데도 그렇다.
퇴직후의 일상은
언제나 또 하나의 현실이며
그 일상-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장,단기의 계획 있어야 감당할수 있다.
그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상대적 소외를 겪게되고
자칫
더 큰 문제로 번질수도 있다.
마음의 준비는,
다가올 현실-퇴직후의 생활을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다.
그건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 이기도 하다.
가정 안에서의
자기의 위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거의 평생을 하숙생처럼 살면서
단지
돈을 벌어오는 존재가 되어버린
자기를 스스로 살펴보고
앞으로 퇴직과 함께
어떤 변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나쁜뜻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자기를 기피하는 가족들도
이해할수 있어야 한다.
남편이자 아버지 이지만
그들의 생활에서 자기는 아웃사이더-
국외자 였음도 인정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열린마음으로 접근해야 해답을 찾을수 있다.
무엇보다
가족이라해도 모든 인간관계에는
그것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조급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인내와 지혜가 있어야한다.
먼저 생각할 것은,
퇴직후 집안에서의 자기자리다.
우선 공간적으로
자기자리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남자의 자기공간은 ‘서재’ 다.
서재의 사전적인 뜻은
책을 갖추어 두고 글을 읽거나
글을쓰는 공부하는 방이다.
서재가 크게 중요한 것은
퇴직후 짧게는 20여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데
이때
서재는 자기의 가장 중요한
‘근거지’ 가 되기 때문이다.
공간적인 구획뿐 아니라
그 안에는 노년을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수많은 퇴직가장들이
노인정에 가거나
공원벤치에 앉아있거나
전철을 타고 다니거나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집안에
자기공간, 근거지가 없기 때문이다.
서재는
글자그대로 남은 여생을 지탱해주는
가장 든든한 보루인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서재는 학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고학력자 일수록
좋은 서재를 가지고 있는게 그 증거다.
그 반대역시 마찬가지다.
그 서재는 무엇으로 채워져야 하는가.
이때의
기준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다.
우선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고,
즐기는 것들로 채워야 한다.
그래서
중요해 지는게 개인이 가지는 취미다.
물론
전혀 취미가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한두가지 취미가 있는법이다.
자기전용의 TV나 음향기기는 기본이다.
특히
오래동안 앉아있게되는 안락의자에는
상당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인체공학으로 설계된 좋은 의자는
몸뿐 아니라
정신도 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책, 음반, 영화, 악기같은 것은 기본이다.
그 외에도
개인이 가지고있는 취미와 관계되는
물건들이 있을수 있다.
바둑판, 낚시도구들, 분재, 화분, 수석,
벽에 걸리는 그림이 그런것들이다.
서재는
남자들의 아지트이자 굴이다.
그안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의질’ 이 결정된다.
다음은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매일 출퇴근 하던 남편, 아버지가
갑자기
하루종일 집안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
현역이었을 때
가족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쉬운일이 아니다.
회사일에 바쁘고
잔업에
연장근무까지 하다보면 우선 시간이 없다.
거기에 잦은 회식까지 겹친다.
그렇게
몇십년을 살았으니
갑자기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문제도 작전과 계획이 필요하다.
우선 함께하는
식사시간에 대화를 많이하고,
그 주제는
자기가 잘 준비해야한다.
다음은 주 1회정도,
아니면
한달에 한두번 함께 외식하는게 좋다.
‘식탁보다 더 좋은 외교는 없다’
일찍이
임어당이 늘 하던 얘기다.
그리고 가끔
함께 영화관에 가는일도 중요하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친밀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일에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서서 계획을 세우고
식구들을 리드해야 한다.
짧은시간에
인간관계를 친밀하게 하는데는
여행만한게 없다.
짧게는 국내여행,
그리고
일년에 한번정도 온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행을 함께하면
서로가 의지하게 되고
서로를 배려할 수밖에 없다.
여행자체가
여러 가지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간의 유대가 강해지는 것이다.
여행을 자주하는 가족일수록
단결력이 크고 화목한게 그 때문이다.
다음은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남편이 퇴직할 나이가 되었으면
이미
그 부부관계는 친구에 더 가깝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부가 함께, 아내가 원하는곳으로
2주정도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다.
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여러 가지 아내의 노고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노후생활에 대해
긴 얘기를 나눌수 있어야 한다.
결국
남는건 둘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자칫
황혼이혼으로 가는수도 있다.
한 가정에서
남편, 아버지가 가장인 것은
그 자체로서
가지는 작은 권위도 있지만
더 직접적으로는
돈을 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경제권을 쥐고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상당수 퇴직자들이
그 노후생활에서 경제권을
아내에게 넘기고 있는데
그건
크게 잘못된 처사다.
가장은 끝까지
가족들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도
경제권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그래야
모든 식구들에게 인정받는다.
저축이든, 보험이든, 연금이든, 펀드든
모든 수입의 명의는 가장이어야
그 집안이 편할수 있다.
돈이 있는곳에
마음도, 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들어
아내에게서 용돈을 타서 쓰는경우와
자기가 생활비를 아내에게 주는 경우는
아주 다를수 밖에없다.
이점 현역일 때
깊이 생각하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한번 굳어진 구조는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퇴직한 남편들중
모든 아내들이 혐오하는 타입이 있다.
‘삼식이’ 가 그들이다.
매일 출퇴근하던 남편이
종일
집안에 있는것도 힘든 일인데
하루세끼를 꼬박 챙겨줘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대단한 것이 아닐수 없다.
그래서
하루한끼 정도는
직접 요리해 먹을수 있어야 하며
외출에서 늦게 돌아오는 아내를 위해
저녁준비도 할수 있어야 한다.
아내들은
그들대로 자주 모이고,
함께 즐기는 방법도 아주 발달해 있다.
때문에
아내를 부엌에서 해방 시키는 것은
아주 지혜롭고 현명한 일이된다.
자식은 혈육이지만
아내와는 무촌이며 헤어지면 남이다.
때문에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늙마에
의지할수 있는건 부부뿐이다.
성서에
‘대접을 받고져 하면 먼저 대접하라’ 는
말씀이 있다.
아내를 대접하면
그 보답은 몇배가 되는게
또 부부관계이기도 하다.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퇴직후의
노년기를 피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노후의 삶의질은
전적으로 그 준비에 달려있다.
지금은 은퇴하고도
2,3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시대다.
따라서 전같은,
막연한 준비로는 감당을 못한다.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며
그래도
실제로 그때를 당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드러나게 된다.
준비는 준비할수 있을 때,
즉
현역일 때 해야된다.
수단과 방법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은퇴하면 방편이 없기 때문에
무력해 질 수밖에 없다.
땅을치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래서
그들의 전철을 밟지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은 인생이 짧다고 한탄하면서도
마치 인생이 끝이 없는것처럼 행동한다.
-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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