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할 수 있기 바래요.”
노스페이스 공동창업자의 부인이 칠레 남부 산악지대인 파타고니아 땅 4000㎢를 정부에 기증하면서 밝힌 바람은 소박했다.
영국 BBC는 23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맥디비트 톰킨스(66)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만나 국립공원 조성을 조건으로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공원 조성을 통해 칠레는 세계에 역사적 유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증한 땅은 칠레 전체 면적의 0.5%에 해당한다.
크리스틴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노스페이스의 공동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의 아내다. 노스페이스는 한국에서는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등골 브레이커’로 알려져 있지만, 1964년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더글러스 톰킨스는 평생 자연보존에 앞장선 환경 지킴이로 유명하다. 더글러스 톰킨스는 노스페이스의 성공과 패션 브랜드 에스프리 창업자 수잔 러셀과의 결혼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1990년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 지분을 팔고 칠레로 가 환경보호에 투신했다. 그는 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 인근에 초원, 습지 등 야생 지역 보호에 앞장섰다.
크리스틴과 더글러스는 공통점이 많았다. 크리스틴은 또 다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CEO를 지낸 사업가다. 파타고니아는 칠레의 지명에서 따왔다. 파타고니아는 연 수익의 10% 혹은 연 매출의 1%를 환경에 기부하는 기업이다.
1994년 결혼한 두 사람은 파타고니아의 숲과 호수를 지키기 위해 주변 3억7500만달러(약 4470억원) 어치의 땅을 사들였고, 이렇게 해서 6곳의 자연공원이 만들어졌다. 부부가 2005년 코르코바도 화산 부근 땅 2.94㎢를 기증해 만들어 진 코르코바도 국립공원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톰킨스는 파타고니아 호수에서 카약을 타다가 전복 사고로 숨졌다. 생전에 그는 “사람은 죽어도 자연은 남는다”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환경을 위해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뜻을 이어받은 크리스틴은 지난달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도 만나 브라질과 접경한 1500㎢ 넓이의 땅을 기증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기증 조건은 ‘이베라 국립공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 좋은글모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탱크의 평화로운 모습들 (0) | 2016.02.19 |
---|---|
내가 나이 먹었다고 생각하거든 (0) | 2016.02.19 |
모르는 마음 (0) | 2016.01.07 |
이스라엘 (0) | 2016.01.01 |
전재산 기부하고 한달 150만원으로 사는 부자의 사연 (0) | 2015.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