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철수(17·가명)는 지난 겨울방학 전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늦잠을 자고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마주 치면 얼굴만 붉히는 부모를 피해 PC방에서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아예 집을 나와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과 찜질방을 전전하거나 돈이 모이면 모텔 방에서 지냈다.
그는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돈벌이에 나서기도 했다. 식당에서 배달일을 했는데 혹한에 쉽지 않아 금세 관뒀다. 막상 학교를 떠나니 새로운 진로를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몹시 괴로웠다. 우울해진 철수는 스마트폰과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는 날이 잦아졌다. 철수는 “학교를 그만둔 게 후회되는데 막상 학교로 돌아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이같이 학교를 벗어나 방황하는 청소년이 부지기수다. 당국에 따르면 해마다 전국에서 청소년 6만명가량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조기유학 등 정당한 사유 없이 학교 밖을 떠돌고 있는 청소년이 현재까지 37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학교 밖 청소년 중 상당수는 가정 내 불화나 노동력 착취를 비롯해 강·절도, 폭력, 성매수 등의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된 만큼 이들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가족부는 28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취업사관학교, 단기쉼터, 소년원 등 315개 시설의 청소년 46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다니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의 절반(56.9%) 이상은 학업 중단을 후회하고 있었다. 특히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에 입소한 청소년의 경우 ‘후회한다’는 응답이 70.2%로 일반(47.6%)보다 더 높았다. 그 이유로는 다양한 경험 부재·졸업장을 받지 못해서(각 52.3%), 교복을 입지 못해서’(51.9%), 친구 사귈 기회감소(44.6%) 등의 순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27.5%), 공부하기 싫어서(27.2%),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22.3%), 검정고시 준비(15.3%) 등이었다. 이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새로운 일을 찾으려고 한 것보다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개인적인 사정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고교 때가 가장 많았다. 특히 고1(32.6%) 때 집중됐다.
학교를 관두기 전 청소년 대부분 지각과 무단결석, 무단조퇴 등 학교 규정을 어기는 일이 많았다. 이 같은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에게 가정과 학교 차원의 관심 및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학교를 그만둘 때 주요 상담자는 부모(67%)와 친구(44.7%)가 많았다.
하지만 소년원에 입소한 청소년의 26.4%는 혼자 판단해 학교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최인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학교를 그만두는 순간 아이들의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행정기관이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정보가 아이들에게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학교 밖 청소년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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