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전수희(가명·31)씨는 단호했다. 간호사인 그녀는 올해 하반기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번듯한 직장인인 그녀가 이민으로 눈을 돌린 이유가 뭘까.
전씨는 "여기서 삶에 지쳤다"고 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매달 급여를 알뜰히 저축해도 그녀의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집 한 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그녀를 절망케 했다. 전씨는 "매년 정부와 정치인들은 사회를 바꾸겠다며 떠들썩하지만, 나 같은 서민이 느끼는 삶의 무게는 오히려 무거워진 느낌"이라며 "'지금까지 변한 게 없구나'하는 생각이 더 힘들다"고 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는 캐나다를 택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지내고 온 캐나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나라였다고 했다. 그녀는 혹시 모를 '비주류로의 삶'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지금 삶을 즐기면서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봤어요. 물론 이민자로서 비주류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여기(한국)보다는 나을 거라고 봐요."
전씨처럼 한국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적 포기자(1만7529명)는 국적 취득자(1만3534명)보다 3995명 많았다. 대한민국호(號)로 들어온 사람보다 나간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이들이 한국에서 희망을 잃고 떠난 것은 아니다. 더 큰 포부를 갖고 떠난 이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들어 젊은이들이 한국에서의 삶,현실을 피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헬(hell)+조선)' '금수저(부잣집 자식을 의미. 반대 의미는 '흙수저')' 같은 용어는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젊은 층의 절망감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2개월 전 한 취업포털이 성인남녀 1655명에게 조사한 결과, 30대는 무려 82.1%가, 20대는 80%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 2030세대 10명 중 8명 이상은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 이민은 컨설팅 업체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 한마음이민법인의 김재동 부대표는 "예전에는 40~50대 위주로 이민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20~30대들의 이민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젊은 층의 이민 문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차 증가했다고 한다. 이민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배경이다.
김 부대표는 "상담을 하면 모두들 '한국에서 삶은 너무 힘들다'고 한다"고 했다. 그의 고객 중에는 회사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증이 생긴 이들도 있다.
"회사에서 윗사람에게 혼나고, 야근하며 일해도 맘 편히 살기가 힘들잖아요. 여자는 육아 고민하고 경력 단절되기 일쑤고요. 이민을 가면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했을 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민을 권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우리나라의 '헬조선' 현상을 집중 보도하며 "오늘날 많은 한국 젊은이들 마음 속에 한국은 생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신문은 "많은 한국 청년이 한국에서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다"며 "돈이 많다면, 한국은 살기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하기도 했다.
외국언론의 집중조명까지 받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의 탈 한국 현상. 우리는 계속 방관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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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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