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그리스 금융가 '패닉'.. 내일쯤 全 은행 '현금 고갈'

천하한량 2015. 7. 6. 19:14

'8000유로 이상 예금 30% 삭감' '기업들 서둘러 해외 이전 추진' 불안감에 근거없는 소문만 무성
오늘 메르켈 - 올랑드 정상회의 그리스 위기의 향배 결정 전망


5일 치러진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박빙 예상을 깨고 채권단의 추가긴축 요구안을 거부하는 압도적인 반대표가 쏟아지면서, 그리스의 금융가와 기업계가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은행 영업 재개와 자본통제 해제가 언제 가능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물론이고, 내일(7일)쯤이면 그리스 전국 은행의 현금이 동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BBC는 5일 그리스 금융계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 금융기관들이 수일 내에 현금 고갈 사태를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대로 7일 은행 문을 열고 하루 인출할 수 있는 액수를 일일 60유로로 제한한 자본통제를 풀 경우 그리스 은행은 하루도 버티기 힘든 지경이다. 루카 카첼리 그리스 은행연합회 회장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그리스 은행들이 가진 유동성 완충자금 규모가 약 10억 유로라고 밝히면서 "6일까지는 유동성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BBC는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 상한선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그리스 기업들이 당장 이날부터 대규모 직원 감원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5일 전했다.

현재 아테네에서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흉흉한 소문들이 돌고 있다. 이른바 '예금 삭감설'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았을 당시 10만 유로 이상 은행 예금에 대한 삭감(헤어컷)을 단행했던 것처럼, 그리스 정부도 현금 고갈을 막기 위해 같은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란 내용이다. 앞서 지난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가면 예금 헤어컷 조건이 붙을 것으로 그리스 은행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FT는 8000유로 이상 예금의 30%가 삭감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리스 기업들이 해외이전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한국 출신의 그리스 국적자는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박회사에서 일하는 가족이 있는데,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회사가 본사를 키프로스 등 다른 나라로 옮기는 비상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과연 전폭적인 반대표가 채권단과의 협상재개를 이끌어내고 그리스의 협상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사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이다. 타게스슈피겔은 5일 "그리스와 유럽을 연결하는 마지막 다리가 무너졌다"며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부가 그리스 국민을 희망 없는 길로 이끌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메르켈 총리는 6일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긴급 정상회의를 갖는다. 두 정상이 이 자리에서 그리스와의 협상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그리스의 배척을 결행하느냐에 따라 그리스 위기의 향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테네=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