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파에야 '한 판'

천하한량 2015. 6. 25. 00:14

우리 말로는 윤기가 좔좔 흐르는 볶음밥. 풍성하게 재료를 자르고, 섞고, 볶아서 지글지글 불 팬에 올린 파에야의 정수가 담긴 6월의 테이블. 스페인의 강렬한 모국 정서가 추가된 박세훈식 환상 파에야 속으로.

꽃게 파에야 (2인분)꽃게 외에도 종종 새우, 홍합, 오징어를 같이 내는 ‘해물 파에야’는 기본에 가깝다.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풍부한 바르셀로나에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팬에 담긴 해물 파에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 살바토르 달리도 사랑했던 스페인식 볶음밥, 봄부터 여름 사이에 알이 꽉 찬 꽃게를 얹어 듬뿍 숟가락질해 봤다.재료해물 육수 400cc, 쌀 200g, 완두콩 100g, 꽃게 2마리, 토마토·레몬 1개씩, 쪽파 6줄기, 마늘 2톨, 바질 6장, 올리브오일·파프리카 가루 적당량씩, 사프란·소금 약간씩파에야 만드는 법1꽃게는 깨끗하게 손질해 배 부분의 딱지를 뜯고 몸통을 분리한다. 모래주머니와 아가미는 반드시 제거한다. 이때 꽃게에서 나온 물과 알은 뒀다가 파에야 재료를 볶을 때 함께 사용한다.2쌀은 물에 씻어 불리지 않고 바로 체에 거른다.3쪽파는 흰 부분만 송송 썰고 나머지 부분은 후에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따로 보관한다. 마늘은 으깨 다진다.4토마토는 윗부분에 십자(十)로 금을 긋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토마토는 껍질만 솔솔 벗겨내고 강판에 간다.5중간 불에 파에야 팬을 올린 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미리 손질해 둔 쪽파, 다진 마늘을 타지 않게 볶는다. 어느 정도 볶은 뒤엔 가장자리로 재료를 밀어놓고 갈아놓은 토마토,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 나무 주걱으로 부드럽게 젓는다. 어느 정도 수분이 증발되면 해물 육수(만드는 법은 오징어 먹물 파에야 참조), 꽃게 국물, 꽃게 알, 바질, 사프란(Saffron 색이 강한 향신료로 생선 요리와 파에야에 필수 재료로 쓰인다)을 넣고 중간 불에서 5분간 끓인다.6바질은 건져내고 쌀, 완두콩, 소금을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다. 중약 불로 낮추고 10분, 손질해 둔 꽃게 살이 팬 바닥에 닿게 엎어 놓고 팬 뚜껑을 덮고 15분가량 더 익힌다. 불을 끄고 3분 정도 기다렸다 웨지 감자처럼 썬 레몬, 초록 부분만 송송 썬 쪽파를 곁들여 담아내면 완성.

치킨 초리조 파에야 (2인분)여러 설이 있지만 18세기 스페인 동부 지역에서 가난한 농부와 어부들이 모여 ‘파에예라(Paellera)’란 넓은 팬을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 파에야의 시초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치킨 초리조 파에야’는 이후 고기와 해산물, 달팽이를 기본으로 다양한 재료가 추가되면서 변형된 파에야 중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 버전에 속한다.재료쌀 200g, 초리조 50g, 닭 1마리, 토마토·양파·레몬 1개씩, 파프리카 1/4개, 소금·후추 적당량씩, 파프리카 가루·사프란·올리브오일 약간씩, 닭 육수 재료(물 1ℓ, 양파·당근 1개씩, 셀러리 3대, 마늘 3톨, 월계수 잎 1장, 손질하고 남은 닭 뼈·닭살·로즈메리·파슬리·타임 약간씩)닭 육수 만드는 법1바닥이 깊은 냄비에 닭을 손질하고 남은 뼈와 살을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과 함께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물이 끓으면 불을 낮추고 거품과 기름을 1차로 걷어낸다. 월계수 잎과 로즈메리, 파슬리, 타임으로 만든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 향신 채소를 실로 묶어 스톡이나 소스를 만들 때 잡내 제거용으로 사용한다. 향이 우러나면 꺼낸다)를 넣고 다시 1시간가량 뭉근히 끓인다.2불을 끄고 난 뒤 잠시 기다렸다가 체에 걸러 맑은 육수만 냉장고에 반나절 이상 보관한다. 그 뒤에 생긴 기름을 2차로 한 번 더 걷어내고 사용할 것.파에야 만드는 법1닭 1마리를 온전히 손질한 뒤, 허벅지 부분을 포함한 다리를 절단한다. 가슴살, 안심 살을 분리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나머지 부분은 닭 육수를 만드는 데 보탠다.2쌀은 물에 씻어 불리지 않고 바로 체에 거른다. 초리조(Chorizo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고기 부위를 잘게 다져 마늘, 칠리 파우더, 소금, 후추 등을 섞어 건조, 훈연해 만든 소시지. 매콤한 맛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는 얇게 썬다. 토마토는 윗부분에 십자(十)로 금을 긋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껍질만 솔솔 벗겨내고 작은 조각으로 썬다. 양파, 파프리카는 얇게 썰고 마늘은 으깨 다진다.3중간 불에 파에야 팬을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다. 손질한 닭고기의 껍질 부분이 팬에 닿게 올린 뒤 노릇하게 구워 접시에 옮긴다.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 버무린다.4중약 불에 다시 팬을 올린 뒤 으깬 마늘, 얇게 썬 양파를 같이 볶는다. 얇게 썬 파프리카도 추가해 부드럽게 볶는다. 닭 육수와 쌀을 넣고 데친 토마토, 얇게 썬 초리조, 사프란을 넣는다. 중간 불로 높이고 5분간 끓이다 쌀이 떠오르면 닭다리를 포함한 닭고기, 소금, 후추를 넣고 15분가량 약한 불에서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익힌다. 불을 줄이고 다진 파프리카를 넣고 뚜껑을 덮어 10분간, 불을 끄고 3분가량 뒀다 레몬을 곁들여 내면 완성.

오징어 먹물 파에야 (2인분)블랙 잉크를 잔뜩 흩뿌려 놓은 듯 시선을 강탈하는 색감과 짜릿한 바다 맛이 만났다. 스페인어로는 아로스 네그로(Arroz Negro), 검은 쌀이라는 의미다. 파에야의 고향인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널리 쓰이는 오징어 먹물을 쌀과 조렸다. 짭조름해서 계속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재료쌀 200g, 오징어 1마리, 피망 1개, 쪽파 3줄기, 마늘 2톨, 올리브오일·소금 적당량씩, 해물 육수 재료(물 1ℓ, 바지락 200g, 오징어 1마리, 당근 1개, 셀러리·대파 1대씩, 마늘 3톨, 통후추 10알, 월계수 잎 2장, 게 껍질·새우 껍질 적당량씩, 화이트 와인·타임·로즈메리·파슬리 약간씩), 먹물 소스 재료(먹물 4g, 양파 2개, 마늘 2톨, 화이트 와인 약간)해물 육수 만드는 법1바지락은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문질러 닦고 소금물에 해감한다. 게와 새우 껍질, 오징어는 잘 손질한다. 타임, 로즈메리, 파슬리는 한데 묶어 부케 가르니를 만든다.2냄비에 물 1ℓ를 붓고 중간 불에 올린 뒤 바지락, 게와 새우 껍질, 오징어를 넣고 거품을 걷어가면서 30분가량 끓인다. 이때 육수를 휘젓지 않는다.3육수에 거품이 생기지 않으면 월계수 잎과 부케 가르니, 당근, 셀러리, 대파, 마늘, 통후추를 넣고 30분가량 더 끓인다. 불에서 내린 뒤 식힌다.4체에 천을 깔고 건더기를 거른 뒤 맑은 물만 남긴다.5사용할 육수 외에 나머지 육수는 냉동 보관한다.먹물 소스 만드는 법1양파는 얇게 채 썰고 마늘은 으깨 다진다.2깊이가 있는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중간 불에 올린다. 으깬 마늘을 볶다가 채 썬 양파를 추가로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뒤적인다. 수분이 사라지면 화이트 와인을 붓는다. 이어 소금, 후추로 간한다.3먹물을 넣고 2분가량 저으며 볶는다.4블렌더에 넣고 충분히 갈아서 쓴다.파에야 만드는 법1쌀은 물에 씻어 불리지 않고 바로 체에 거른다. 오징어는 다리 쪽은 모양을 살려 4~5cm, 몸통 쪽은 길게 썬 뒤 1cm 간격으로 썬다. 마늘은 으깨 다지고, 피망은 사방 0.5cm 크기로 썬다. 쪽파는 송송 썬다.2채소를 손질하는 사이 해물 육수 400cc를 냄비에 붓고 뜨겁게 데운다.3중간 불에 파에야 팬(직경 30~40cm가 2인분 사이즈)을 올린 뒤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붓고 마늘을 볶는다. 오징어도 함께 볶다가 팬의 가장자리로 밀어 놓는다. 쌀을 넣고 볶다가 중간 불로 올리고 해물 육수를 2~3번에 걸쳐 나눠 넣고 5분간 휘저으며 끓인다. 이때 쌀의 상태를 봐가며 타지 않게 점점 불을 낮춰 15분가량 더 익힌다.4국물이 자작해지면 피망을 넣는다. 수분이 사라지면 약한 불로 낮추고 나무 주걱으로 편편하게 표면을 정리하고 뚜껑을 덮어 10분간 둔다. 불을 끄고 3분간 기다렸다가 송송 썬 파를 장식해 내면 완성.

흰 살 생선 파에야 (2인분)서양인과는 입맛이 완전히 다른 한국 사람들도 즐겨 먹는 가장 대중적인 메뉴가 바로 파에야 아닐까. 생선 한 마리가 뼈째 올라가 있는 이 이색 파에야는 생선 머리와 뼈 사이에 남아 있는 살의 진미를 알고 있는 이라면 놓칠 수 없을 것. ‘어두일미’의 맛은 차가운 샹그리아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종종 고등어, 대구 같은 흰 살 생선을 발라 넣기도 한다재료해물 육수 400cc, 쌀 200g, 참가자미 1마리, 라임 1개, 대파·쪽파·미나리 3줄기씩, 화이트 와인·화이트 와인 식초·올리브오일·파프리카 가루·소금·흰 후추 적당량씩파에야 만드는 법1오븐은 180℃로 예열한다.2쌀은 물에 씻어 불리지 않고 바로 체에 거른다.3참가자미는 뼈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앞뒤 살을 필레(생선 가게에서는 ‘석 장 뜨기’로 손질해 달라고 부탁할 것)로 뜬다. 머리와 뼈 부분에 남아 있는 핏물은 씻어내고 키친 타월로 톡톡 두드려 물기를 없앤다.4생선 살은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소금, 흰 후추로 간한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중간 불에 올리고 껍질 쪽부터 노릇하게 구워 접시에 옮긴다.5대파와 쪽파는 흰 부분만, 미나리는 줄기 부분만 송송 썬다. 미나리 잎은 장식용으로 잘라둔다.6중약 불에 파에야 팬을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뒤 대파를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수분이 사라지면 화이트 와인과 화이트 와인 식초를 넣고 나무 주걱으로 밑바닥까지 긁어가며 조리다 팬 가장자리로 밀어놓는다. 팬에 다시 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쌀을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눋지 않게 볶는다. 파프리카 가루를 넣고 섞다가 라임을 제스트(Zest 향이 강한 과일의 겉껍질 부분만 강판에 간 것. 흔히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쓰인다)로 갈아 넣는다. 여기에 해물 육수, 소금을 넣고 중간 불로 올려 저으면서 5분가량 쌀이 떠오를 때까지 끓인다. 약한 불로 줄인 뒤 15분가량 더 익힌다.7앞서 썰어둔 미나리를 쌀에 섞고 생선 뼈를 위에 올린 뒤 가볍게 눌러 예열된 오븐에 넣고 10분가량 굽는다.8오븐에서 꺼내 미리 썰어둔 쪽파와 미나리를 얹고 2분간 뒀다 라임과 곁들여 내면 완성.

PROFILE1982년 출생.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순수미술 전공. 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4년, 뉴욕에서 나 홀로 7년을 보냈다. 맛과 멋으로 뒤지지 않는 두 도시에서 산 이력 덕분인지, ‘보통의’ 감각으로 만들었다는 요리들은 하나같이 보통이 아니다. 최근 청운동에 ‘131 스튜디오’를 오픈해 음식에 대한 탐구를 보다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editor 김나래

photo,food designer & writer 박세훈

design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