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교회 앞에서는 무슨 일이?
이른 아침. 서울 이촌동에 있는 성당 앞. 아직 채
동이 터오기 전부터 성당 앞에는 백 여 명의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인들이 기다리는 것은 성당에서
나눠주는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였습니다. 동전을 받기 위해 새벽 첫 차를 타고 나왔다는 어르신들은, 동전을 받자마자 급히 지하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 나눠주는 오백원을 또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다른 교회 앞에는 이미 수백 명의
어르신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거리로 나선 사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당장 쓸 용돈이 부족해서 거리로 나왔다는 분부터, 집에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서, 사람이 그리워서 동전을 받으러 나온다는 분까지. 제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거리로 나선
어르신들의 수첩에는 '공짜 동전 주는 곳 리스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 자식들의 지원도, 제대로 된 정부의 지원도 없는 노년
이
렇게 거리에 나와 동전받기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몸이 아파 움직일 수조차 없는 어르신들은 꼼짝없이 집
안에서 홀로 노후를 맞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 둘 친지들과 연락이 끊기고, 자식들과도 소식이 닿지 않는 노인들은 당장
하루하루의 끼니마저 챙기기 어려운 형편이 됩니다. 정부가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는 한 달에 50만원이 채 안됩니다. 이 돈으로
대도시에서 주거비, 의료비까지 부담하며 생활을 꾸려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도 될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부양 능력이 없는 부양가족이 서류상으로 존재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모두 11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능력은 안 되고, 그렇다고 도움을 받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수급자 선정에까지
탈락하게 되면 사정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괜히 나온 통계가
아닙니다. 홀로 죽음을 맞는 어르신들의 숫자가 공식 통계로만 8백명을 넘었습니다. 이런 불행한 노후가 우리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 나는 노년이 두렵다
우
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42만명으로 전체 인구 10명 가운데 한 명은 노인입니다. 노인 빈곤률은 48%가 넘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노인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는 얘깁니다.
자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정부지원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거리에서, 집에서 홀로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는 노인들을 만나봤습니다. 뜀뛰기 하듯 열심히 공짜 동전과 공짜 밥을 찾아다니는 어르신들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빈곤과 외로움을 견디며 노후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3월 22일 취재파일K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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