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이정하님의 글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천하한량 2014. 12. 30. 15:56

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 
불도 켜지 않은 구석진 방에서 
혼자 상심을 삭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 
하루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 
단 한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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