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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주인공 같았던 스페인 公主부부, 공금횡령·돈세탁 혐의… '나락'으로

천하한량 2014. 2. 18. 21:06

귀족이자 국가대표 출신 남편… 공주는 美서 석사까지 마쳐 '모범적 왕족'으로 평가받아
검찰 조사… 최고 19년형 위기


	(위)우르단가린. (아래)공금횡령을 도왔다는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는 크리스티나 스페인 공주. 아름다운 외모에 미국 뉴욕대에서 수학한 재원이다.
(위)우르단가린. (아래)공금횡령을 도왔다는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는 크리스티나 스페인 공주. 아름다운 외모에 미국 뉴욕대에서 수학한 재원이다. /AP 뉴시스(아래 사진)
동화책 속 완벽한 커플 같던 이들의 삶은 왜 지옥으로 변했을까.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자국 왕실 크리스티나(48) 공주 부부의 몰락을 '지옥'으로 표현했다.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차녀인 크리스티나 공주가 지난 8일 남편 이냐키 우르단가린(45) 공작의 공금횡령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섰기 때문이다. 공식 작위가 '팔마 데 마요르카 공작부인'인 크리스티나 공주는 자신의 영지 마요르카의 법원에서 "남편을 믿은 죄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처지가 됐다. 국왕의 사위 우르단가린 공작은 비영리재단의 공금 600만유로(약 87억원)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때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동화 속 커플'로 통했던 부부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19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결 혼 전 우르단가린은 스페인 왕실의 '완벽한 사윗감'이었다. 훤칠한 외모를 가진 귀족 자제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1996년·2000년 올림픽에서 잇따라 스페인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동메달로 이끈 국민적 스포츠 스타이기도 했다. 그는 소수민족 바스크족 혈통에 카탈루냐에서 자란 배경 덕분에 지역감정이 심한 스페인에서 통합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팬이었던 크리스티나 공주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응원단을 이끌고 직접 핸드볼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크리스티나는 스페인 왕실 여성 중 최초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카탈루냐어·그리스어에 능통하고, 공주 신분임에도 은행에 취직했다.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1997년 결혼해 3남 1녀를 두었다. 결혼 후에도 크리스티나는 은행 일을 계속하고 우르단가린은 개인 사업을 벌였다. 언론은 이들을 "모범적인 왕족 부부"라고 칭찬했다.

그 러나 '동화 속 커플'의 이미지는 2011년 우르단가린의 공금횡령 및 돈세탁 혐의가 불거지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왕실 행사에서 모습을 감췄다. 스페인 왕실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우르단가린의 사진을 삭제했다. 크리스티나 공주의 '친(親)서민 왕족' 역할은 진짜 서민 출신인 올케 레티시아 왕세자빈이 도맡아 했다. 우르단가린이 스페인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크리스티나는 지난해 아들·딸을 데리고 스위스 제네바로 이사했다.

우르단가린은 부인이 자신의 사업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며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부부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되며 크리스티나가 남편의 횡령 혐의에 일부분 조력했다는 검찰 측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졌던 스페인 왕족이 형사법원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경제 위기 이후 불거진 스페인의 군주제 존폐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스페인 국민 30%는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독재자 프랑코 총통의 후계자로서 왕정복고와 함께 즉위했으나 그 후 군부 쿠데타를 막아내 스페인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