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은 잘 쇠셨습니까?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 되면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만, 여자들은 명절증후군이라 하여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정을 나누는 설에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설이 되면 작은 누이가 떠오른다. 작은 누이는 어린 나이에 서울에 있는 공장에 취직하여 돈을 벌었다.
명절이 되면 부모님과 동생들 선물을 한가득 들고 집에 왔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 타고 고향에 오면 대개 어두운 밤이 된다.
누이를 마중하기 위해 컴컴한 밤까지 버스 차부에 기다렸다가 손을 잡고 집에 올 때에는 표현하기 힘든 행복감을 맛보았다.
집에 와서 누이가 사온 운동화며 판타롱 바지를 받아들고 내일 만나는 친구에게 뽐낼 생각에 밤새 잠을 설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운동화 한 켤레에도 가슴이 찡한 행복을 느끼고 살던 나는 과거보다 풍요로운 금년 설은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맛있는 음식과 값비싼 물건 등의 물질적 풍요에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물질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행복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
흔히 행복한 정도는 행복지수로 표현한다. 행복지수는 생활의 만족도와 풍요로움을 지표화한 통계로 국내총생산 등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주거 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 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에 일정한 점수를 매겨 산출한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경제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개 나라 중에서 24위에 속해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행복지수의 순위를 살펴보면 경제력과 행복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즉 경제력은 행복에 중요한 요소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한 나라'로 부탄을 언급할 수 있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인구 70만의 작은 나라로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십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의 정신적 측면에 대한 만족을 높이기 위해 건강과 생태계 보존 및 공동체 생활의 풍요 등에 힘쓴 결과,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 않은 나라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이유는 만남이나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소득이 낮은 인도인은 정말 작은 만남에도 행복을 느끼는 경우를 여행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기차역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또한 기차는 안개와 잦은 고장 등으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런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향에 오는 손님을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도착하면 서로를 포옹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과거에는 이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손님이나 가족을 맞이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만남을 자주 할수록 고독하지 않게 된다. 인간사에서 고독은 행복을 빼앗는 적이다.
행복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에는 나눔이 있다. 나눔은 돈이 있고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장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개 여우가 없어 나눔을 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눔을 실천하면 큰 사랑과 도움을 받게 된다. 나누는 사람의 마음이 풍요로워 지고, 나눔을 받은 사람은 평생 감사와 고마움을 간직한다.
나눌수록 풍요로워진다. 행복하려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나눔이나 기부는 물질만 생각하지만 재능 기부 같은 비물질적 나눔도 얼마든지 있다.
은퇴한 미국 할아버지들이 아침에 학교 앞에서 무보수로 교통정리를 해 준다. 자발적인 나눔에서 이들은 무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 사람이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라지만, 경제적 풍요가 곧 행복이라는 틀을 깬 행복지수와 부탄의 사례를 보면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인 풍요로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돈이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고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설을 맞이하여 경제적인 풍요로움만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리기보다는, 잠시 쉬어 앉아 우리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