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롤러코스터를 탔다. 퇴출을 걱정했던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남으며 제2의 르네상스를 준비하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 오후(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의 팰리스호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태권도를 포함한 2020년 하계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 25개를 선정,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기(國技)인 태권도는 1992년과 1996년 올림픽 시범종목을 거쳐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체택됐다. 올림픽 무대를 밟은 지 13년 만에 핵심종목으로 우뚝 서는 위용을 갖췄다.
육상, 수영 등과 함께 25개의 핵심종목으로 남게 된 태권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물론 올림픽 영구 종목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IOC 총회의 승인 단계가 남았지만 집행위원회의 결과가 총회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볼 때 태권도는 사실상 영구 종목으로 남게됐다.
2000년에서야 첫 걸음마를 뗀 태권도의 올림픽 역사는 13년밖에 지나지 않는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때까지 합쳐도 19년이다.
2004아테네올림픽을 거치면서 굳게 자리매김할 것만 같았던 태권도는 2008베이징올림픽을 지나면서 오히려 큰 위기를 맞았다.
종주국 한국은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린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절반을 쓸어담았다. 2000시드니올림픽(3개), 2004아테네올림픽(2개)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종주국이 독식한다는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게 됐다.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타당성 면에서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게다가 베이징올림픽 여자 67kg이상급 8강전 사라 스티븐슨(영국)-천종(중국)의 경기에서 나온 오심으로 인해 판정시비 문제에도 휘말렸다. 수비 위주의 재미없는 경기라는 지적도 받았다.
2009년 이후부터는 올림픽 종목을 결정하는 집행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태권도계는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조정원(66)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이끄는 태권도는 새롭게 거듭났다. 조 총재는 스포츠 외교계에서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왔다.
처음으로 외국인인 장 마리 아이어(53·스위스) 사무총장을 영입해 국제스포츠기구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푸른 눈의 새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 태권도 개혁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때부터는 전자호구와 함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해 판정 시비를 줄였다. 런던올림픽에서는 8개의 금메달이 8개국에 고루 돌아가면서 한국의 독주종목이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났다.
태권도가 핵심종목으로 남은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진 것도 사실이다.
종주국인 태권도는 공식적인 스폰서 하나 잡지 못해 재정에 허덕이고 있다. 2008년 한국맥쿼리그룹과 맺은 후원 계약은 올해로 끝이 난다.
전 세계 가맹국이 204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유지 및 확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분산돼 있는 관련 단체들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태권도계는 WTF를 비롯해 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 등으로 쪼개져 있다.
지난 5일 태권도협회장 선거에서는 불협화음을 냈고, 강원식 국기원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 분열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실상 영구종목으로 남으며 제2의 부흥기를 맞게 된 태권도계가 보여줘야 할 것들은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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