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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올림픽 주경기장 설계한 1세대 건축사무소 '공간' 최종 부도

천하한량 2013. 1. 5. 21:15

故 김수근씨가 만들어 김원·민현식·승효상씨 등 쟁쟁한 건축가 숱하게 배출
"국내 건설 경기 침체하자 해외로 공격경영했지만 여러곳 설계비 못받은 듯"

김수근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인 1971년 설계한 서울 원서동 ‘공간’사옥 /공간 제공
한국 1세대 건축사무소인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지난 2일에는 최종 부도 처리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 불황이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 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간건축의 차입금 규모는 모두 55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다음 주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매 출액 496억원(2011년)으로 건축설계업계 6위권인 공간건축은 건설 경기 침체로 국내 일감이 줄면서 해외로 활로를 찾아나섰지만 해외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또 해외에서 사업을 따내 설계 용역을 해놓고 돈을 받지 못한 사업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개발사업(파이시티)에서 설계 비용 수십억원을 받지 못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1960년 건축가 고(故) 김수근(1931~1986) 씨가 '김수근 건축연구소'란 이름으로 설립한 이 사무소는 1966년 '공간'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우리나라 현대건축 1세대 사무소로 1960~80년대에 활발히 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1967년·이하 설계연도), 세운상가(1968년), 타워호텔(1968년), 서울올림픽 주경기장(1977년), 주 인도 한국 대사관(1977년), 경동교회(1980년), 주미 한국대사관(1983년) 등이 있다. 김원, 민현식, 류춘수, 승효상, 이종호 등 현재 활동 중인 쟁쟁한 건축가들도 숱하게 배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전문지인 '공간'을 발간하고 '김수근 문화상'을 제정하는 등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수근 사후(死後)에는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맡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해외 프로젝트로는 말레이시아 비전시티(1998년)와 RHB금융센터(1999년), 앙골라의 스리타워(2011년) 등이 있으며, 국내 준공작으로는 광주월드컵경기장(1998년), 서울중앙우체국청사(2005년), 인천 투모로우시티(2008년) 등이다.

건축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한국건축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PF 사업 축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국내 사업이 줄자 해외로 눈을 돌려 공격적인 경영을 했지만 그중 상당수가 착공되지 못하거나 설계비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업계 수위를 다투는 다른 설계사무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