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와귀농 ▒

저소득 노인가구 급증… 한국경제 '비상등'

천하한량 2012. 12. 30. 23:17

2012년 한국경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되살아나는 듯 했던 경기는 세계 곳곳에서 터진 버블의 후유증에 발목을 잡혔다. 2013년은 이 고난을 끝내느냐, 계속 겪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국내에선 자생력을 키울 소비가, 세계적으론 꼬였던 불균형 해소가 주목 받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비는 내수의 핵이다.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글로벌 장기불황에 살아남으려면 자체적인 성장동력, 즉 내수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고령화와 노인층의 소득불균형은 이런 희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자칫 빈곤의 대물림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문혜정ㆍ황상필 연구원이 30일 발표한 '중장기 소비구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탓에 2003년 13%대에서 작년 18%대로 껑충 뛰었다. 전 연령대 중 홀로 급성장 중이다.

동시에 이들 노인 가구는 2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될 만큼 소득불균형도 심하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가 나머지 연령대는 5배 전후인데 비해, 60대 이상은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5.5~7배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소수 부유층과 다수 빈곤층으로 양극화한 셈이다.

이는 60대 이상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지출 비중)이 가장 낮은 결과로 이어진다. 2003년 80%에 달하던 소비성향은 작년 70%대로 뚝 떨어졌다. 소득과 소비지출 증가율도 60대 이상은 2003~2011년 각각 4.77%, 3.2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급증하는 60대 이상 가구의 빈곤층이 많아지면서 경제 전반의 소비활력을 떨어뜨려 결국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 소득 고령층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소비패턴 변화마저 왜곡시킬 수 있다. 보고서는 "고령화에도 불구, 전반적인 소득증가 효과로 2020년께는 교육지출을 중심으로 한 선택재 지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소득불균형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저소득층의 교육지출이 줄고, 이는 교육기회 격차를 벌려 빈곤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