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으로 가는 한국, 왜 노인 빈곤율 높아가나
2011년 기준으로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5.1%로 50%에 육박한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가난하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하위권과 비교해도 한국의 노인빈곤은 심각하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멕시코의 노인 빈곤율은 28%, 경제가 파탄난 그리스도 22.7%로 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OECD 평균과의 차이는 더욱 크다. 2011년 OECD 보고서를 보면, 회원국 평균 노인 빈곤율(중위 소득 50% 미만)은 13.5%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노인들=전문가들은 특히 전체 인구의 빈곤율과 노인 빈곤율 사이의 격차를 지적한다. OECD 회원국 중 한국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멕시코의 경우 전체 빈곤율은 18.4%로 빈곤한 노인 비율과 10% 포인트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멕시코의 경우 노인이 가난한 건 국가 전체가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한 반면, 우리에겐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의 전체 빈곤층은 14.6%로 노인 빈곤층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차이는 확인된다.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66.7%(1만4238달러, 1619만원)에 불과했다. 일반 가정의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이면 노인은 66만7000원이라는 뜻이다. 격차로 따져 OECD 30개국 중 29위다.
원인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다. 남서울대 이소정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이 가난한 건 일을 하지 않아 소득은 없는데 연금제도는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미성숙이 노인빈곤의 첫 번째 원인이라는 뜻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연구위원도 "선진국은 고령화가 진전되기 전에 제도가 갖춰진 반면 우리는 국민연금 제도가 자리 잡기 전에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후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인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혜택을 받는 비율은 31.8%(180만명)에 불과하다. 월평균 연금액은 28만원 정도. 그마저도 못 받는 노인이 370만명이나 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족이 일을 하지 않는 노년의 부모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선진국에서는 국가 연금제도를 통해 노인층 소득을 보전해준다. 한국은 가족의 노인부양문화는 급속도로 사라진 반면, 국민연금은 현재 노인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다. 미성숙한 제도와 가족해체가 극단적 노인빈곤이라는 사회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노인수당이 답인가=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노인들이 통계를 통해 드러난 것만큼 가난하지 않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아직 부모 부양이라는 문화적 전통이 남아있는 만큼 '용돈' 명목의 사적이전소득이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화를 모르는 안이한 인식"이라고 비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층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51만3000원에서 187만3000원으로 늘어났지만 이중 사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전체 가구소득의 26.8%에서 25.1%로 줄어들었다. 노인들이 자녀로부터 생계비를 보전 받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사적이전소득은 월급이 아니다. 특성상 비정기적인 수입이어서 노년에 안정적인 생계비로 쓰기 어렵다.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8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하위 70%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금이라는 명칭이 붙긴 했지만 적립한 돈을 되돌려 받는 게 아니라 일종의 '노령수당'의 개념이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만으로는 탈빈곤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2011년 기준으로 기초노령연금의 지급액은 단독가구 9만4600원, 부부가구 15만140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5%를 기준으로 설정한 액수여서 생계비 지원의 효과는 사실상 거의 없다.
중앙대 김연명 교수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보장제도로 자리를 잡기까지 기초노령연금이 노후소득이 될 수 있도록 액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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