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스페인 카탈루냐주 지방선거, 분리독립 지지 세력 승리 확실…중앙정부와 마찰 우려

천하한량 2012. 11. 25. 20:10

바르셀로나=로이터/뉴시스】유세진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주가 25일 지방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정당 지도자가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단합 유지가 앞으로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와의 국경 지방에 위치한 카탈루냐주 유권자의 약 3분의 2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하기를 희망하는 우파 및 좌파의 두 정당에 투표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르투르 마스 주지사가 이끄는 집권 카탈루냐통합당(CIU)이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CIU는 135석의 주의회에서 62∼64석을 얻어 제1당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이지만 높은 실업률과 깊은 경제침체에 대한 좌절감으로 분리독립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분리독립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에 비해 카탈루냐가 중앙정부에 내는 세금이 훨씬 더 많아 분리독립이 이뤄질 경우 카탈루냐가 지금보다 더 번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마스 주지사는 지난 8월 선거에서 재집권할 경우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 러나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헌법에 따라 이러한 주민투표 실시를 가로막을 수 있다. 마스 주지사가 주민투표 실시를 강행하고 라호이가 이를 가로막을 경우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지방정부 간 마찰과 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마스 주지사는 선거유세를 통해 "카탈루냐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나는 스페인에 속한 카탈루냐의 마지막 주지사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마스 주지사 등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승리할 경우 스페인이 재정 및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입증해야 하는 라호이 총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스페인의 경기침체와 막대한 재정적자는 유럽 채무 위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으며 스페인 정부는 높은 자금 조달 비용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라호이 총리의 국민당(PP) 후보로 이번 선거에 나선 알리샤 산체스-카마초는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하고 유럽연합(EU)으로부터 탈퇴하게 되면 카탈루냐는 경제적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7석을 획득해 CIU에 이어 제2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체스-카마초는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분리독립하고 EU로부터 탈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투표는 오후 5시(한국시간)부터 26일 오전 4시까지 11시간 동안 치러진다.

한편 카탈루냐를 제외한 다른 스페인 국민들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이 이뤄질 경우 바스크 역시 곧 카탈루냐의 뒤를 따를 것으로 우려하면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에 반대하고 있다.

바스크와 마찬가지로 카탈루냐 역시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다른 지방과 자신들을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고향인 카탈루냐는 실용주의와 이상주의로 유명한 곳으로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명문 축구클럽 중 하나인 FC 바르셀로나의 본거지인 바르셀로나를 주도로 갖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올 들어 매 경기마다 경기 시작 17분14초가 지날 무렵 "독립"을 외치는 새 전통을 만들었다. 이는 1714년이 아라공왕이 카탈루냐를 독립국으로 통치하던 마지막 해였음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아라공왕은 현 스페인의 통일을 이룬 브루봉 왕조의 펠리페 5세에 정복당해 카탈루냐의 마지막 왕이 된 인물이다.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은 수세기 동안 계속된 것이지만 스페인에 민주화가 이뤄지고 1978년 헙법에 따라 스페인의 17개 주들에 자치권이 주어진 후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었다.

그 러나 다른 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카탈루냐가 중앙정부에 너무 많은 세금을 내고 있으며 이때문에 카탈루냐의 자원이 다른 곳으로 빼돌려지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이를 개선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경제위기 이후 다시 고개를 들게 된 것이다.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의 분위기는 예전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카탈루냐의 독립을 상징하는 깃발 '에스텔라다'가 지금은 바르셀로나 어디에나 걸려 있는 것만 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탈루냐에서도 분리독립 움직임의 본거지인 빅에서 에스텔라다 깃발을 판매하고 있는 마르가리타 바스콩테는 "최근 2주 간 팔린 에스텔라다 깃발이 지난 8년 간 판 것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dbtpwls@newsis.com

 

 

분리독립 추진 공약 정당들 지지율 3분의 2 넘어

독립 찬반 묻는 주민투표 놓고 중앙정부와 충돌

(서울=연합뉴스) 경제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을 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운명을 가를 선거가 25일 실시된다.

스페인 남동부 카탈루냐 주(州)는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조기 총선 투표를 시작한다.

이번 선거는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을 추진하기 위해 이 지역의 집권 중도우파 카탈루냐 통합당(CIU)이 권력을 내려놓고 조기에 실시하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CIU는 전체 135개 의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2~64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IU를 이끄는 아루투르 마스 주지사는 무난하게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리 독립 지지 군소정당들과 연립정권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국민당은 연방정부 집권당이지만 이번 카탈루냐 선거에서는 17석 정도만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지역 내 주요 좌파 정당들도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 독립 추진 정당들에 대한 지지도는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이에 따라 마스 주지사 정부와 카탈루냐 의회가 예정대로 2014년에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는 공약을 강행할 경우 스페인 중앙정부와의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는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이를 강행할 경우 처벌하겠다며 여러 차례 강경한 입장을 밝혀 왔다.

실제 주민투표가 실시돼 분리 독립이 가결될 것인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일간지 엘페리오디코가 최근 발표한 카탈루냐 주민 여론조사에선 분리독립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은 50.9%에 달했다.

그러나 분리독립함으로써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게 될 경우에도 독립을 찬성한다는 비율은 40.1%로 떨어졌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EU 가입은 기존 회원국 전원일치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카탈루냐가 독립하면 스페인 내에 있을 때보다 정치적, 경제적 불이익이 클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스페인 언론매체들은 분리독립의 실현 여부와 관계 없이 주민투표 실시 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지방정부, 그리고 국민들 간의 대립과 충돌이 깊어지고 경제위기가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탈루냐의 선거 결과와 이후 동향은 역시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스페인 바스크 주는 물론 영국의 스코틀랜드, 벨기에의 플랑드르 등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 정치 지형에도 일정한 변화를 줄 것으로 유럽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 카탈루냐는 왜 분리독립 추진하나? = 카탈루냐는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의 남동부 지역이다. 바르셀로나가 주도인 카탈루냐 지역민들은 향토의 문화, 언어, 역사가 남다르다는 자긍심이 강하다.

특 히 마드리드 중앙정부에서 받는 것은 별로 없고 빼앗기는 것은 많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세금 등으로 카탈루냐에서 중앙정부로 빠져나간 돈이 중앙에서 지원받은 것보다 164억 유로(약 23조 원) 많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부자 지역이다.

마스 주지사는 라호이 총리에게 독자적 조세청 신설을 요구했으나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분리 추진세력은 카탈루냐가 독립 국가로서 EU 회원국이 될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고 주장해 왔다. 1인당 GDP는 약 2만8천 유로로 유럽 평균치보다 높다. 인구는 750만 명으로 스위스오스트리아와 비슷하고, 면적은 벨기에와 맞먹는다. 유럽을 휩쓰는 불황도 번영하는 생명공학 산업단지나, 바르셀로나 등지를 찾는 연간 740여만 명의 외국 관광객도 독립 지지자들의 '믿는 구석'이다.

그 러나 독립할 경우 외교적 위상이 낮아지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일들이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의 교역이 줄어들고 관세부과 등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못하게 되면 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진다. 기존 회원국인 스페인이 반대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분리 독립이 현실화되기는 어렵고 결국 자치권이 확대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hoibg@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