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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긴축 시위 확산되자 EU "스페인에 관용"

천하한량 2012. 11. 15. 15:48

반(反)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연합(EU)이 한발 물러섰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14일(현지시각) 스페인이 내년까지 EU가 정한 재정적자 목표치를 꼭 채울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렌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이 올해와 내년 긴축을 위해 효과적인 행동을 취했다"며 "재정적자 목표치는 정확한 퍼센트로 제시되기 때문에 보기는 쉽지만 꼭 표면적인 숫자에 중점을 두진 않겠다"고 말했다. 원래 스페인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6.3%, 내년까진 4.5%로 줄이도록 돼 있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최근 목표 달성을 자신했지만 EU는 스페인 재정적자가 올해는 GDP 대비 8%, 내년은 6%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

이번 결정은 지난 9월 스페인이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과 긴축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도 유로존 재정불량국들에 좀 더 여유를 주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견해에 더욱 가까이 가고 있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전날 막 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IMF는 "구제금융을 덜 받은 그리스에 충분한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럴수록 유로존이 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고 맞선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다 만 EU는 이번 결정의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렌 집행위원은 "우리는 각 국가 상황에 개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스페인 역시 2014년에는 보다 강력한 긴축을 통해 현재 GDP 대비 11%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EU 기준치인 3%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결정은 긴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독일 등 유로존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 조약에 따르면 위기 상황에선 EU가 직권을 통해 이견차를 보이는 사안의 합의를 조율할 수 있다.

EU가 스페인에 관용을 베풀기로 한 것은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반긴축 시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유럽 23개국에서는 40여개 노동조합이 긴축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그에 따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학교가 폐쇄되고 대중교통은 전면 중단됐다. 항공기 운행도 지연됐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선 시위대가 던진 돌과 병에 맞아 5명의 사상자가 나면서 수백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스 페인 수도 마드리드는 경찰과 헬리콥터로 휩싸였다. 영세 가게들은 점심쯤에야 문을 열었다. 다른 가게들도 개점을 꺼려하고 있다. 칸디도 멘데스 스페인 UGT연맹 사무총장은 "실직자가 6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들에 깊이 감사한다"며 정부의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 정오쯤 마드리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며 82명의 시위대가 구속됐고, 경찰 18명을 포함한 34명이 부상을 입었다.

못 다 받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대규모 긴축안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그리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리스 양대 노조인 노동자총연맹과 공공노조연맹은 전달에 이어 이달에도 총파업을 벌이며, 2년간 공공부문 인력과 임금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긴축안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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