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집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 통념 탓에 혼기 놓쳐
신부측 눈치보느라 '분담하자' 소리도 못하고 속앓이
전문가 "양가가 집 함께 얻고, 혼수·예단 비용 줄여야"
노총각 심승현(가명·41)씨는 최근 10년간 70번 이상 소개팅에 나갔다. 그때마다 상대방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있다. "결혼하면 집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심씨가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하면, 상대방은 대부분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나이에 집 한 채는 갖고 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대놓고 말한 여자도 있었다.
심씨는 서울 강남구의 고급 아파트 관리실에 근무한다. 야근할 때면 그는 가끔 직장 옥상에 올라가 서울 시내 야경을 본다. 어려서부터 그의 꿈은 강남이 아니라도 좋으니, 지금 자기 눈앞에 흔들리는 저 많은 불빛 중에 '내 집' 하나를 갖는 것이었다.
심씨는 서울 강남구의 고급 아파트 관리실에 근무한다. 야근할 때면 그는 가끔 직장 옥상에 올라가 서울 시내 야경을 본다. 어려서부터 그의 꿈은 강남이 아니라도 좋으니, 지금 자기 눈앞에 흔들리는 저 많은 불빛 중에 '내 집' 하나를 갖는 것이었다.
늦은 밤, 40대 노총각 심승현(가명)씨가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에 올라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심씨는 여러 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올 6월 서울 노원구에 60㎥(약 18평)짜리 집을 구하고 현재 신붓감을 찾고 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9/12/2012091200252_0.jpg)
그는 빨리 돈을 벌고 싶어 대학을 포기하고 의료장비 회사 영업사원이 됐다. 택시도 잠깐 몰았다. 군대 갔다 와서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했다. 마음잡고 대형 호텔에 취직해 월급쟁이가 됐다.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옮길 때까지 12년간 1억원을 모아 지난 6월 집을 보러 나갔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서울에 없었다. 궁리 끝에 5000만원 전세를 끼고 서울 노원구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60㎡·18평)를 구입했다. 그는 "집 사던 날, 새집에서 나 혼자 펑펑 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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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이 만난 미혼남녀 42명 중에는 심씨처럼 '집값이 없다'는 이유로 혼기를 놓친 남자가 적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든 돈을 모으려고 애쓰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세상이 다 변했는데, 왜 '집은 남자가 해와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통념은 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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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가가 상견례 하던 날, 장모 될 사람이 "동네 수준이 사람 수준을 결정한다"면서 전세금이 훨씬 비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집을 얻으라고 요구했다. 속이 상한 이씨 부모가 "그러려면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아직 아이도 없는 부부가 그렇게까지 무리할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여자 친구 부모는 "그 정도도 못해주느냐"고 했다.
이씨는 허탈했다. 양가가 집값을 보태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혼례문화가 남자에게 많은 걸 요구하니까 어느 정도 맞춰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돈 없으면 결혼 안 하겠다'고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 족 문제 전문가인 최성애 HD마음연수센터장은 "남성들이 다들 '집은 남자가 해온다'는 통념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체면을 구기거나 상대방 마음이 변할까 봐 내놓고 '분담하자' 소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는 "집값이 이렇게 올랐는데 여성들이 과거 관행을 고집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양가가 합리적으로 분담하고, 쓸데없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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