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와귀농 ▒

신혼부부들 서로 찢어놓는 여자, 알고 보니 경악 그자체

천하한량 2012. 7. 6. 14:55

4부 - <5> 파경 위기 신혼부부 상담한 전문가들 난상토론
상당수 엄마들이 '비교病' - "내 친구 사위는 집사왔다더라" "내 친구는 며느리가 사준
명품백 메고 모임 나왔더라"
혼전 예단 갈등이 결국 이혼까지 - 바라는 만큼 못받으면 앙금… 부부 다툼 넘어 양가 충돌로

서울 관악구에 사는 양정란(가명·57)씨는 사위가 미워 속앓이를 하다가 최근 가족문제 상담실을 찾았다. 양씨의 딸은 명문대를 나온 이공계 연구원, 사위도 같은 대학 출신의 대기업 직원이다. 양가(兩家) 모두 서민층이지만, 사위의 학벌과 직업이 든든해 남들은 부러워했다. 하지만 양씨에겐 성에 차지 않았다.

"내 딸은 A여고에서 줄곧 전교 1~2등 하다가 기초과학이 좋다며 이공계를 택했어요. 제 친구 딸은 같은 학교에서 2등급 하다 지방 의대에 갔는데, 서울 명문대 종합병원에서 인턴 하다가 명문대 나온 의사와 결혼했어요. 시아버지도 의사라 집도 사줬대요. 내 딸이 더 우수한데 인생이 역전되다니 억울해요."

전문가들이 예단 갈등의 원인에 대해 난상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 최성애 HD가족클리닉 대표, 김영희 김영희부부클리닉 대표, 이선희 은행나무부부상담연구소장.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를 가까이서 지켜본 베테랑 가정문제 상담자들은 "한국 신혼부부들은 '엄마 친구 아들·딸' 때문에 안 겪어도 될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상당수 어머니가 자식의 결혼을 자기 결혼이라고 착각해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남만큼 받았느냐' 비교하며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고 자식도 괴롭게 한다는 얘기였다. 전문가 난상토론에는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 김영희 김영희부부클리닉 대표, 이선희 은행나무부부상담연구소장, 최성애 HD가족클리닉 대표가 참석했다(가나다순).

―"이혼 위기를 겪는 사람들은 대개 '대화가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됐는지 차근차근 물어보면 50% 이상이 결혼 전에 벌어진 집값 갈등, 예단 갈등에 뿌리가 있다. 적지 않은 어머니들이 '내 친구 사위는 집을 사왔는데 우리 딸은 전세금도 모자라 우리가 보태야 한다' '내 친구는 며느리가 사준 명품 가방을 메고 나오는데, 나는 받은 게 없다'고 한다."

―"혼주 세대는 젊었을 때 가난했다. 대부분의 여성이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았다. 동시에 학력, 재산규모 같은 획일적인 기준이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 살았다. 자꾸 자기 소신이 아니라, 남들을 기준으로 자기 성취를 가늠하려 든다. 그러니 혼사에서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은 집과 예단이 됐다."

―"50대 법조인 부인이 열심히 살림해서 아들도 사시에 붙었다. 아들이 데려온 여자는 정부 고위 공직자의 딸이었다. 신부 부모가 '예물·예단 하지 말자'고 하고 신부 아버지도 찬성했다. 결혼식을 올리긴 했지만, 신랑 어머니는 두고두고 신부가 괘씸했다. 주위의 다른 법조인 부인들이 '며느리가 뭐 해왔다'고 자랑할 때마다 너무나 억울해했다. '내 아들이 그 집 아들들보다 훨씬 잘났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자기네도 능력이 아주 없는 게 아니면서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해주고 결혼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아들·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안 생길 수 없었다."

―"부모 세대가 곰곰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미국 부모들은 어디 가서 '며느리가 샤넬 가방 사줬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이처럼 내놓고 남과 비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 큰 자식이 부모에게 원조를 요청하면, 혹 도와주더라도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 '자식이 못났다'고 생각해 부끄러워한다. 우리 부모들은 반대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집 사줬다' '예단 얼마 해줬다' '손주들을 내 돈으로 고급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고 주위에 자랑을 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남은 해줬는데 나는 못해줬다'고 괴로워한다. 어느 쪽이 정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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