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에 사는 박영순(가명·53)씨는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요양보호사로 일해 모은 돈으로 아들(27)을 대학에 보냈다. 지난해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왔다. 아들 장가보내려고 알아보니 지방도 전세값이 만만찮았다. 박씨는 고민 끝에 1억6000만원짜리 아파트(102㎡)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아들에게 9000만원짜리 아파트(80㎡)를 얻어주고 나머지 1000만원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사돈이 현금 1000만원을 예단으로 보냈기에 그중 500만원만 받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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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그래픽=이철원 기자 burb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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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사치 부리지 않고 알뜰하게 살아와 '살림 9단'을 자부했다. 하지만 매달 50만원씩 이자를 내려니 아무리 아껴도 생활비가 모자랐다. 일을 그만둔 지난 2월까지 한 달에 110만원을 벌었다. 척추협착증이 와서 지금은 일을 쉬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변두리에 작은 집을 얻어 이사 가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혼례문화가 아들 가진 부모, 딸 가진 부모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아들 가진 부모들이 떠안는 집값 부담이 매우 크다.
IMF 외환위기 후 3~4년에 한 번씩 집값이 폭등했다. 2011년 평균 매매가를 100원이라고 칠 때 10년 전에는 58원이면 집 한 채 샀다. 올해는 103원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거린다는 요즘도 전세금은 계속 상승 추세다. 덩달아 결혼비용도 껑충 뛰었다.
하지만 '집은 남자가 해온다'는 고정관념은 요지부동이다. 본지가 올해 3월 초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신혼부부 200명·혼주 200명을 조사해보니 열 명 중 여섯 명(56.7%)이 "신혼집은 신랑이 마련했다"고 했다. 양가가 집값을 분담한 경우(40.5%), 신랑 부모와 신랑은 "다 못 내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들은 "예단 갈등이 불거지는 것도 꼭 아들 가진 부모가 나빠서라기보다 신랑이 너무 많은 부담을 지는 최근 추세에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본지가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4부―예단을 없애자'를 시작한 뒤 가장 많이 쏟아진 독자 전화도 "집 사주고 가방 하나 받은 게 그렇게 잘못이냐"는 항변이었다. 한 50대 여성 독자는 "나는 아들 집값 대느라 로션 한 병도 아껴썼다"고 했다.
이처럼 결혼비용이 자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거의 모든 부담은 부모 차지가 됐다.
강 금실(가명·57)씨도 3년 전 아들이 장가갈 때 9000만원을 대출 받아 경기 분당에 전셋집을 얻어줬다. 원금은 물론 매달 40만원씩 나오는 이자는 강씨 부부가 갚고 있다. 강씨의 남편은 5년 전 퇴직하고 집에 있다가 최근 다시 의료기기 판매회사에 취직했다. 퇴직연금으로 이자 내고 나면 부부 두 사람 밥 먹고 살기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1년간 이자만 대신 내 주고 그 뒤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이자와 원금을 스스로 갚으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들·며느리가 영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애들도 결혼 후 계획이 있을 텐데 괜히 집값 때문에 발목 잡힐 것 같아 그냥 우리 부부가 내고 있어요."
강 씨는 자식들 신혼살림 계획을 걱정했지만 정작 본인의 노후 계획은 말 그대로 '무대책'이었다. 강씨는 "시집 안 간 딸이 하나 더 있는데, 남은 노후자금 탈탈 털어서 딸까지 마저 결혼시킨 뒤 지금 사는 집(105㎡)을 팔아서 빚을 갚고 지방으로 이사 갈 계획"이라고 했다.
"내 능력은 이만큼이니 단칸방에서 네 힘으로 출발하라"고 하면 되지, 왜 부모들은 다 큰 아들 집 얻어주느라 이토록 무리하는 걸까? 요양보호사 박씨는 "결혼할 나이가 된 자식이 있는 부모가 아니면 이 마음 모른다"고 했다.
" 세상 떠난 남편과 저는 둘이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에서 우리 힘으로 출발했어요. 기저귀 빨아서 넣어놓으면 이튿날 아침에 꽁꽁 얼었죠.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할 수 있나요. 집값은 이미 평생 모아도 못 살 액수가 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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