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55세다. 1956년(원숭이띠) 출생자가 올해 정년퇴직 대상이다. 그러나 정년퇴직에 앞서 위로금을 얹어주면서 1~2년 일찍 은퇴하는 명예퇴직은 1958년 개띠생(生)이 대상이다. 기업에서 일하는 1958년생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올 연말에는 대규모 퇴직 사태로 마음이 편치 않은 가정이 많을 전망이다.
1950 년 발발한 6·25전쟁 이후 몇년간은 살기 힘들고 사회가 혼란스러워 아이를 갖기 어려웠다. 1953년 휴전 후 사회가 안정되자 집중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했고, 이때 태어난 아이를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부른다. 통상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을 통칭하며, 우리나라 인구의 14%(약 700만명)를 차지한다.
베이비부머는 아버지 세대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평생 주택을 마련하느라 고생했고, 자녀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었다. 또 베이비부머는 부모를 봉양해야 했지만, 본인들은 자식에게 노후를 맡길 엄두를 못 낸다. 자식이 부모에 기대지 않기만 해도 그게 '효도'라고 고마워한다.
그렇다고 베이비부머 중 노후 준비를 착실히 한 사람도 드물다. 그냥 하루하루 어떻게 되겠지 하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퇴직 통보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 후 평균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으로는 은퇴 후 평균생활비인 월 211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오히려 은퇴 후에는 지출이 더 많아진다. 건강보험의 경우, 직장에서 지역보험으로 옮기면 보험료를 두 배 이상 내야 한다. 수입은 없는데 지출할 돈은 훨씬 늘어나는 것이다.
- ▲ 자료사진 /조선일보DB
용돈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퇴직금으로 가게를 냈다가 망하면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은퇴자의 30%가 5년 안에 빈곤층으로 추락한다는 통계가 있다. 베이비부머의 특징은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잠겨 있어 현금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일한 자산인 집을 담보로 노후자금을 빼 쓰는 역(逆)모기지 론(loan)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마저도 집값이 떨어지면서 집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돈도 줄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사정이 다르다. 내년부터 모든 공무원의 정년은 만 60세로 늘어난다. 한때 노동계·재계·정부 대표가 모여 기업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베이비 붐이 불었다. 이들을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렀다. 단카이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워낙 인구가 많아서 인구분포도를 그리면 덩어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뜻에서 나왔다.
일본 정부는 단카이 세대가 은퇴할 무렵인 2004년에 기업에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60세인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기업이 50세 이상 퇴직자를 고용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월급 중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도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대비해야 한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해서 집에서 논다고 상상해보자.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노·사·정 대표가 모여 퇴직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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