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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빚은 모싯잎송편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한 백승화 부녀회장(왼쪽부터)과 박진순씨(65), 최규순씨(66)가 “명절 선물로는 모시마을 모싯잎송편이 최고”라며 밝게 웃었다. | |
추석을 앞두고 모싯잎송편이 인기다. 모싯잎을 쌀과 함께 곱게 갈아 다진 반죽에 동부콩으로 속을 만들어 넣는 모싯잎송편이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는 연매출 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굴비와 함께 최고의 특산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하지만 ‘모싯잎송편의 고장’ 영광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서해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충남 서천군 화양면 달고개모시마을(dalmosi.go.2vil.org) 주민들이 그들이다. 추석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 8월 말, 달고개모시마을 떡 가공공장에는 예닐곱명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려 떡을 빚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방금 쪄낸 송편을 상자에 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 데도 물량 대기가 힘들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남원 양씨의 집성촌인 달고개모시마을은 예로부터 모시로 유명하다. 마을 전역에 모시가 많이 나 모시옷 기능보유자인 권예식씨(62)를 비롯해 베를 짜며 한평생을 보낸 이들이 10여명이 넘을 정도다.
“인근에 모시로 이름난 한산이 있지만, 한산만큼 우리 마을도 모시로 유명했어요. 모시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은 물론 모싯잎을 이용해 식혜나 한과, 송편 등을 만들어 먹었죠. 먹을거리가 풍성해지며 언제부턴가 맥이 끊어져 버린 모싯잎송편을 주민들이 모여 되살려보자고 나선 것이 지난 2009년의 일입니다.”, 백승화 부녀회장(50)의 말이다.
하지만 이미 영광 등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싯잎송편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이를 뛰어넘을 새로운 맛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리를 맞댔고, 마을 인근에 1만6,500㎡(5,000평)의 모시밭을 조성해 그간 ‘돈벌이가 안 된다’며 접었던 모시 농사도 다시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것이 지금의 ‘모시마을표 모싯잎송편’. 영광산보다 크기는 작지만 모싯잎 함량을 40% 이상으로 크게 높여 색이 진하고, 향이 짙은 게 특징이다.
이렇게 만든 모싯잎송편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항산화활성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변비는 물론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백부녀회장의 귀띔.
특히 쌀과 모시 등 주재료를 모두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것만 사용해 신뢰를 높인 덕에 올 한해에만 벌써 8,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웬만한 농사보다 낫다”는 것이 송편 만들기에 나선 주민들의 얘기다.
이런 모시마을 떡가공공장이 요즘 경사를 만났다. 오는 9월 초부터 그동안 사업 참여를 망설였던 주민들(50여가구 중 35가구) 대부분이 송편을 만들겠다며 손을 들고 나선 것.
양만규 모시체험마을 추진위원장(67)은 “모싯잎송편이야말로 우리 마을의 복덩이다. 농사일 외에는 이렇다 할 소득이 없던 마을에 짭짤한 소득을 안겨준 데다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 모싯잎송편을 만들다 보면 모싯잎송편이 우리 마을을 넘어 서천군의 명물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천=백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