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10년 된 중고차를 직접 몰고, 12달러(약 1만3000원) 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다. 값싼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즐긴다. 사는 집은 50년 전에 3만1000달러(약 3300만원)에 구입한 것이다. 미국 서민의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세계 세 번째 부자로 꼽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얘기다. 그런 그가 재산의 사회환원에는 적극적이다. 2006년 재산(52조원)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석유재벌 장 폴 게티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집안에 손님들을 위한 공중전화를 설치하고 여행할 때는 세탁비가 아까워 양말도 스스로 빨았을 정도다. 악질 기업인이란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죽고 나서는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 재산 절반을 기부해 LA 샌타모니카에 '게티 미술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5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이 시설은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된다.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에 서 성공한 20, 30대 젊은 부자들도 비슷하다. 수백억∼수천억원대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임에도 검소하게 생활한다. 소형 아파트에서 수십 년 된 구두를 신고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던 1990년대 실리콘밸리 선배 기업가들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지만 자선단체에는 선뜻 거액을 내놓는다. 스포츠카·요트 같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충족감을 중시하는 게 이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의 척도는 어떤 기업을 창업했느냐는 것이지, 무엇을 샀는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 부자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 세계 6위의 부호인 오라클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은 초호화 요트와 자가용 비행기를 모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유명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수억 달러를 의료 연구와 교육을 위해 기부했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기부를 많이 한다. 그러나 개인 재산이 아니라 대개 기업 돈이다. 개인 기부도 대부분 사회적 비판 등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이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돈을 돈답게 쓰는 미국 부자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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