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신수영기자][편집자주] 우리나라의 가계 빚이 8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가계 빚의 빠른 증가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 빚이 우리 경제의 시한 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가계빚 실태와 하우스 푸어 문제, 금융당국의 대책 등을 집중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가계빚 800조 신드롬]너무 빠르게 쌓이는 부채…소득 올라도 줄일 수 없다]
우리나라가 가계 빚 8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실질 소득은 줄고 있는데, 갚아야 할 빚은 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이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계 빚 10년 새 2.9배 증가=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외환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1998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해왔다. 1998년 말 183조원에서 2001년 말 341조원, 2007년 말 630조원 등으로 늘었고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굴하지 않고 688조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말의 795조원에서 추가로 6조원이 늘며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부채 규모는 801조4000억원으로 10년 전인 2001년 1분기(276조2000억원)와 비교해 2.9배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금융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외상구매)을 합친 것으로 순수한 개인 빚에 해당한다. 여기에 자영업 등 소규모 개인기업, 민간비영리 단체 등의 대출을 합친 가계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937조3000억 원에 달한다. '부채 1000조원 시대'가 코앞에 닥침 셈이다.
◇소득 증가가 빚 증가속도 못 따라가= 한은은 무엇보다 '높은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우려한다. 빠른 시간에 과도히 증가해 부채를 소득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것이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는 조정국면에 들어섰다.
개인들은 소득이 안 늘어나는 데도 빚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가계부채가 연평균 10%대 초반에서 증가한 반면,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5% 안팎에 그쳤다. 올해 1분기만 해도 물가 급등 등으로 실질 가계소득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 친 상황이다.
개인들의 빚 갚을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146%로 2007년 136%에서 10%포인트나 높아졌다. 부채가 가처분소득보다 0.5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2000년에는 이 비율이 87.4%에 불과했다. 미국(120%), 영국(161.7%) 등도 높지만 이들 국가들은 각각 136%와 170%를 정점으로 이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주담대 비중 높아 아슬=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특징은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은행 가계대출의 66.7%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한다. 대출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290조원을 넘었다. 최근 들어서는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급증세다.
대출 상환구조가 취약해 특히 문제다. 만기가 짧은 데다, 대부분인 92.7%가 변동금리 식(대출금리가 시중금리에 연동) 대출을 받은 상태. 점진적이나마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부채상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의 거치기간을 2~5년 연장했다.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의 규모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에만 약 64조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들은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원금상환을 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을 갚는 대출 비중은 21.6%에 불과했다. 원금상환을 하지 않고 이자만 갚는 대출 가운데 36% 가까이는 거치기간을 연장하거나 기존 대출을 중도 상환하고 다시 빌리는 방식으로 만기를 늘렸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괜찮지만 경기가 침체되면 만기 연장이 어렵게 된다. 이자에 원금 상환 부담까지 지게 되면서 가계파산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로 빌린 자금 중 상당부분이 사업자금과 생활비 등 주택 구입 외 다른 용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었지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의 가계금융조사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48.8%만이 거주주택이나 부동산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대답했다.
이미 생활이 어려워 집을 담보로 생활비 등을 융통한 가계가 원금까지 갚아야 한다면 정부로서는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생계형 부채 많아…주담대로도 생활비 융통= 또 하나의 취약점은 저소득층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 가계대출의 급증이다. 특히 2금융권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서민금융회사(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신용금고, 농수산림조합)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새 16.7% 증가한 가운데,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율이 44%에 달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금융 대출이 늘며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0%에 근접했다.
특히 신용대출의 대부분(70% 이상)은 사업자금이나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생계형 대출로 파악된다. 최근 신용카드로 긁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잔액이 2002년 카드대란 수준(25조원)으로 차오른 사실이 한 예다.
◇집값 급락, 급격한 금리 인상 시엔 적신호=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가계의 빚 부담, 이자부담이 커지고, 저축할 여지는 줄어든다. 급격한 집값 하락이나 금리인상이 보태진다면 가계가 파산하며 담보가치 하락→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금융기관 도산→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아직까지 이 같은 가계부채 부실 위험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달 한은의 금리 동결 배경에 가계부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대출은 줄겠지만 서민들의 이자부담 증가와 소비위축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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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수영기자 im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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