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대한민국은 '빚 공화국'인가. 경제 3주체인 정부, 가계, 기업 모두 빚더미에 깔려 신음하는 형국이다. 가계빚은 지난 1분기에도 어김없이 늘어 8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빚나랏빚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기업빚을 더하면 GDP의 두 배 수준이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는 만큼 '빚 폭탄'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은 801조3952억원으로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2010년 4분기 795조3759억원에서 6조193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결제에 의한 외상구매를 뜻하는 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가계빚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지표에는 일반적으로 소득을 늘리려는 목적의 사업자금 대출은 제외돼 있다. 따라서 실질 가계빚은 이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가계빚에 나랏빚을 더하면 119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명목 GDP인 1172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가계와 정부의 빚만 더해도 국가의 연간 경제규모보다도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가계빚과 나랏빚의 합은 1188조2000억원으로 이미 GDP를 웃돈다. 기획재정부가 공식 집계하는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지난해 말 392조8000억원이다. 2002년 133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2.8배가 된 것이다.
가계빚은 특히 심각하다. 건설업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마찬가지로 상당액이 부동산에 물려 있는데 부동산 침체와 함께 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경고음을 울릴 지경이다. 한국의 은행산업에 위기를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 비율 증가를 지적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은행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과 자산의 질 등의 측면에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 비율 증가는 향후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30∼40%가 실주택매수 수요가 아닌 투자나 소비 목적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까지 포함하면 빚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제3주체의 금융부채는 2586조2000여억원으로 GDP의 2.2배 수준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명목 GDP는 국민경제 주체인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부가가치의 합, 즉 총소득으로 볼 수 있는데, 가계와 정부가 갚아야 할 빚만 더해도 한 해 국민경제 전체가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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