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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문화제 모시공원 조성한 숨은 일꾼들

천하한량 2008. 6. 24. 16:30
모시문화제 모시공원 조성한 숨은 일꾼들
11개 작목반 30명이 8천개 화분 길러내
반영구적 모시밭 조성이 바람직

 

서남옥 기자 onark2@newssc.co.kr

 

 

   
여름철 최고의 전통 옷감, 한산세모시는 삼국시대부터 한산면 건지산 기슭의 야생 저마(모시풀)를 원료로 짜기 시작해 고려시대에는 명나라 공물로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다. 세모시는 모시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짠 천연섬유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통풍과 땀 흡수가 잘되며 깔깔한 감촉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새하얀 모시옷을 곱게 차려입고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더위가 싹 가셔지는 느낌이다. 내구성도 뛰어나 빨아 입을수록 백옥같이 새하얘지고 윤기가 돈다. 십년을 입어도 항상 새 옷 같은 느낌이 든다. 모시옷에서는 단아한 안방마님의 품위가 느껴진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19회 모시문화제가 끝났다. 작은 마을 행사만 열어도 준비하고 챙겨야 할 일이 태산이다. 하물며 전국 단위의 축제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터. 모든 일에는 앞장서서 이끄는 사람이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를 하는 손길들도 많다.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런 분들이다.

이번 모시문화제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모시공원 조성일 것이다. 열여덟 번 한산모시축제를 치르는 동안 ‘모시 없는 모시축제’라는 비판을 받아왔음을 기억해 낸다면 이의를 달 사람을 없을 것이다.

모시관 잔디광장을 녹색 물결로 치장한 모시화분은 ‘모시 없는 모시문화제’를 ‘모시가 있는 문화제’로 변신시킨 일등공신이다. 이 모시들을 길러낸 군내 11개 모시작목반 30명도 따라서 모시문화제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모시는 우리고장 서천에서는 텃밭이나 밭둑에서 매우 흔한 식물이었다. 이젠 공을 들여 키워내야만 볼 수 있는 식물이 된 것이다.

모시공원 조성에 힘을 보탠 모시작목반장 함성주씨(마산면 관포리)는 군 문화관광과에서 모시공원 조성 계획을 밝히며 협조를 요청해 와 작목반원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반원 한 사람당 300개~500개의 화분에 모시를 키우기로 한 것이 지난 4월. 모시공원화 계획수립이 늦어 모시를 제대로 키우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었다고 한다.

반원들은 부랴부랴 자신들의 밭에서 뿌리를 캐 화분에 이식했다. 시기가 늦은데다 여러해살이인 식물을 화분에 이식해 키우느라 작목반원들이 참 애를 많이 썼다고 한다. 생육상태를 보고 완전히 뿌리가 내린 화분은 모시관에 옮겨졌다.

함 반장은 “모시도 생물인데… 자신이 심고 가꾼 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죽이면 마음이 아프지” 이런 마음으로 모시를 키웠다고 한다.

“모시를 키워낸 작목반원들도 수고했지만 문화관광과 계장과 직원들이 이후부터는 참 고생했다. 비가 오면 새벽같이 나와 비를 맞으며 비료를 주고, 가물면 물을 주는 등 8,000개나 관리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봉구씨(마산면 관포리)는 모를 심다가도 군의 연락을 받으면 자신의 일을 팽개치고 달려가 도왔다고 한다.

모시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땅에서 자라야 할 모시가 분에 심겨져 땅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밤에는 온기를 받을 수 없어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한 점, 시작이 늦어 바쁜 농사철과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모시관 잔디광장을 아예 모시밭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군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모시를 처음 본 학생들은 깻잎과 혼동하는가 하면 태모시 만들기 체험에서는 모시껍질을 버리고 속 알갱이를 내미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모시공원 조성은 문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