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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이번엔 따라가 보다

천하한량 2008. 3. 19. 16:31
과거 IMF 전후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이나 사무실 밀집지역등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졌던 '도를 아십니까?' 경기가 좋지 못한 탓일까? 몇 일전 추억속의 '도를 아십니까?'를 다시 만났다.

억척스럽게 따라 붙으면서 갖가지 질문을 퍼붓는 그들. 웬만한 걸음걸이로는 따돌리지도 못하며 그 집요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예전에는 쉽사리 물리쳤지만 이번에는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다. 따지고 보면 그들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직업(?)이 아니던가. 그들의 질문들을 대략적으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눈망울이 상당히 깨끗합니다."

"도에 관심 있으십니까?"

"얼굴에서 광채가 납니다"

"조상이 지하에서 울고 있습니다."

"일이 잘 안풀리지요?"

"인물인데 앞길이 막혀 있습니다."

"잠시 편하게 이야기좀 해요"

"당신의 잠재력을 알려드릴게요"

"얼굴이 남다릅니다."

"비범한 팔자를 타고난 기운이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 했던가. 갑자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오랜만에 ‘도인족’을 만나 옛추억을 더듬으며 그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말한 요지는 이렇다. 기운이 있고 성할 팔자인데 조상신이 지하에서 노해 있단다.

제를 지내서 그 기운을 풀면 앞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것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성전에서 제를 올리면 되는데 비용은 이백만 원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요즘시대에 걸 맞지 않는 발상 같기도 하여 조용히 돌려 보내려고 했지만,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언행이 다소 거칠어 지며 악담까지 퍼붓는 그들에게 결국 난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내었다.

"제가 하던일 망하고, 지금 신용불량자거든요. 통장에 십만원 있습니다. 그거 가지고 조상님들 위해서 제를 올릴수 있다면 기꺼이 하죠. 이백만원이 지금 제게는 너무 큰돈 입니다. 조상님도 십만원으로 제를 올리면 이해해 주지 않을런지요. 돈이 없어 못하는데 어떻해요. 십만원으로 정성을 다해 해주신다면 제가 지금이라도 따라가겠습니다."

뻔한 거짓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어나 나가 버리는 도인족들. 결국, 충동적인 호기심에 ‘도’를 경험한 댓가로 커피 값을 지불했다. 그네들 때문에 엄한 조상님 들먹이는 거짓까지 하게 된 꼴이라니. 씁쓸한 현실이다.

모든일이 안 풀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민간신앙에 조금 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귀가 얇았다면, 빚이라도 내어 그들의 말을 따랐을 것이다. 한 시간 남짓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그들의 눈치와 감언이설은 가히 지능적이다.

민간 무속신앙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분들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인도하는 좋은 취지의 모임이 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 도인들 이라면 하루 빨리 사회악으로 치부하여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는 탓인지 고개를 드는 도인족들에 대한 아주 이색적인 경험이었으나, 호기심으로 인한 이득 없는 경험치고는 커피값은 너무나도 비싼 수업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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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