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자료실 ▒

美 폴슨 재무 "그냥 두면 50만명 집 잃어"

천하한량 2007. 12. 4. 19:24
美 폴슨 재무 "그냥 두면 50만명 집 잃어"
주택담보 대출금리 동결 논란 … 투자자들은 소송불사 반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동결해 대출자 구제에 나설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3일 모기지 금리를 한시적으로 동결하기 위한 합의가 이번주 말께 발표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재무부가 지난 몇 주 동안 모기지 변동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 위해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벌여온 협상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금리 동결 조치가 없으면 약 200만건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은 대출 상품의 구조적 일정상 내년 말까지 금리 조건 재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큰 폭의 부담 가중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이로 인해 50만여 명이 상환 불능으로 인해 집을 잃게 되는 사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현재 월 1200달러 정도의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 내년 말까지는 30% 가까이 늘어난 1550달러의 이자를 내야 할 정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이상 계층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퍼스트아메리칸론퍼포먼스가 2000년 이후 발생한 2조5000억달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분석한 결과 신용 우수자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붐이 정점에 달했던 2005년에는 신용 우수자들이 받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전체의 55%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61%까지 높아졌다. 2000년 신용우수자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재무부와 감독당국은 모기지 대출 업계에 한시적인 금리 동결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해 왔다.

폴슨 장관은 이날 열린 한 주택 시장 심포지엄에서 "정부는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주택보유자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각 지방정부가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비과세 채권 발행을 허용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모기지 대출자에 대한 상환조건 재조정과 함께 폴슨 장관이 제안한 지방정부 발행 채권과 비슷한 기금 조성 방안을 제안했다. 클린턴 상원의원은 폴슨 장관이 추진하는 대출 금리 일시 동결이 이뤄져야 하며 이와 함께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하는 주택소유자들에게 90일간의 주택압류 유예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폴슨 장관에게 보낸 성명서에서 "행정부와 모기지 대출 금융기관들은 적절한 합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모기지 대출자 구제방안에 대해 월가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법정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모기지 대출금리를 동결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주택담보채권(MBS)에 투자한 뮤추얼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연금 등의 기관투자가와 많은 헤지펀드가 약속했던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법률회사 엡스타인베커앤드그린의 애드리언 주커먼 변호사는 "재무부 조치는 모기지 연계 채권 투자자에게는 고통이 된다"며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론 게프너 변호사도 "일부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예상하고 투자한 만큼 정부 개입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서울 = 이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