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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 경차는 왜 외면하나?

천하한량 2007. 11. 6. 15:47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 경차는 왜 외면하나?

브레이크 걸린 한국 경차 ‘세가지 이유’

  • 정부는  돈 덜번다
    기업은  돈 안된다
    소비자  폼 안난다 
    일본에선 경차(輕車)가 연 150만대씩 팔리는데 왜 한국에선 4만~5만대밖에 팔리지 않을까. 일본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의 ‘경차 외면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올해 1~9월 판매된 경차(배기량 0.8ℓ 미만)는 3만9969대. 같은 기간 소형차(1.5ℓ 미만)는 3만8533대 팔렸다. 경차·소형차를 합해도 승용차시장의 10%가 안 된다. 반면 일본은 2006년 팔린 승용차 464만대 중 경차가 150만대, 소형차가 190만대로 전체의 70%를 넘는다.

    국내에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인 기름값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차 판매 비중이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9월 승용차 내수에서 중형차는 작년보다 9% 증가했다. 대형차·SUV도 각각 3.6%,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형차는 15.7%나 줄었다.

    이처럼 경차 외면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소비자의 중대형차 선호가 주요인이다. 하지만 세수·수익 감소를 우려해 경차 활성화에 소극적인 정부와 자동차회사의 책임도 적잖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 현재 유일한 경차인 GM대우 마티즈. 내년부터 경차에 편입되는 기아 모닝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GM대우 제공
  • ◆정부: 환경도 중요하지만… 세금 덜 걷힐까 걱정

    경차는 연비가 좋은 만큼 연료 소비량이 적어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차종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높은 유류세를 유지한다’는 정부가 정작 경차 보급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적잖다.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김정권 의원(한나라당)이 최근 공개한 ‘중앙부처 경차 보유현황’에 따르면 전체 62개 부처 중 66.1%인 41곳이 경차를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용차 경차전환 업무를 담당하는 행자부도 경차 보유 대수가 2대에 불과했고, 에너지 절약정책을 담당하는 산자부는 1대에 그쳤다.

    세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경차 보급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작년 자동차 관련 세수(稅收)는 29조93억원으로 국가 총 세수의 16.7%에 달했다. 세금이 중·대형차로 갈수록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섣불리 경차·소형차 위주 정책을 폈다간 세수 급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업: 경차로는 돈 못 벌어… 수익성 높은 중대형에 집중

    완성차업체로서는 중대형차가 효자다. 경차·소형차는 조립 비용은 중·대형차에 비해 그리 낮지 않은 데 비해, 값은 35~50% 수준에 불과해 수익성이 좋지 않다. 특히 강성노조로 인해 생산성을 마음대로 높이기 어려운 현대·기아차는 경차 생산으로는 돈을 못 번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현대차는 경차를 인도에서만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차도 자체 공장 대신 ‘동희오토’라는 외주업체에서 전량 납품 받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회사의 전략은 값이 비싼 중대형차·SUV에 고급 편의사양을 많이 집어넣어 판매마진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굳이 상품성이 뛰어난 경차·소형차를 만들어 수익성 높은 윗급 차종의 판매에 악영향을 줄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완성차회사도 할 말은 있다. 과거 클릭·라비타처럼 실용성 뛰어난 소형 해치백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고를 차가 있어야 고르지… 체면 위주 구입도 문제

    일본업체는 자국시장에 3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경차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의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경차는 GM대우 마티즈 단 1개다. 내년부터 기아 모닝이 추가되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당분간 신차가 투입될 가능성도 적다.

    소비자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완성차업체의 영업담당은 “할부 낼 돈도 없으면서도 중형세단 뽑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차가 3~4년 내에 들어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일본 경차는 내수 전용이기 때문에 우핸들 차량이다. 한국시장을 위해 사양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들어온다 해도, 값이 2000만원 내외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환경부 소속 교통환경연구소의 김종춘 소장은 “이제 일반인들도 작은 차 타는 것과 환경보호·에너지절약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깊이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