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기유학의 폐해 | ||||
입력: 2007년 11월 02일 14:53:11 | ||||
수업 못따라가 “번단(멍청이) 한국인” 조롱
# “번단(멍청이)”이라고 조롱당하는 유학생들 “번단(분蛋)”. 중국에 간 조기유학생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심각하게 말하자면 조기유학생들이 중국인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번단’은 ‘바보’ 또는 ‘멍청이’를 뜻하는 비속어다.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할까. 쉽게 말하면 중국에 유학간 조기유학생들이 중국어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중국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한국 학생은 중국 학생들과 한 반이 돼 수업을 받지 못한다. 한국인들은 아예 한국 학생들로 반을 이뤄 수업을 받는다. 어떤 학교에서는 한국인 교사들이 한국어로 수업을 한다. 일부 학생은 중국 학생들과 같은 반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3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중국어가 달려 수업을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중국 학생들은 이런 한국 학생들의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시험조차 보지 말라고 강요 당한다. 중국에서 만난 한 한국인 교사는 “어떤 학생은 중국 학생반에 들어가 공부를 해보지만 3개월을 버티다 결국 포기한다”고 전한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유학생들은 미국 등에서 공부 잘하는 수재로 통했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공교육의 붕괴와 함께 조기유학 바람이 서서히 불면서 유학생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문제는 이들이 그동안 한국 유학생들이 쌓아놓은 ‘똑똑한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한국 조기유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날로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새 조기유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국이 가장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의 우다오커우(五道口)와 왕징(望京)이 한국인 밀집지역이 되고 신흥 유흥가로 변모하게 된 것은 늘어난 조기유학생들 때문이라고 한다. # 중국의 ‘교육 장사’에 놀아나는 한국 부모들 중국은 밀려드는 한국 유학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한 한국 유학생 수는 5만8000명이다. 이는 중국 내 전체 외국 유학생의 35%를 차지한다. 한국 유학생들로 중국이 짭짤한 수입(1년 학비 1만2000달러 정도)을 올리고 있는 반면 한국의 학부모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유학생들의 중국어 실력 부족이다. 중국의 한 중학교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전담하고 있는 한 교사는 중국어 실력이 모자라도 진급을 시키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는 중국 학교 당국이 한국 학생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교육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학의 외국인 특례입학제도 또한 중국어를 못해도 입학을 할 수 있는 허점을 갖고 있다. 중국은 외국 국적의 유학생은 중국 고등학생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하지 않고 외국인끼리만 시험을 보거나 경쟁하도록 하는 특례입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중국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지 않는다. 중국 기업이나 한국 기업은 중국 대학을 나온 유학생을 기피하는데 그 원인이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 중국인들조차 중국어보다 영어 우대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영어 중시’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유치원마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쌍어(雙語)’ 붐이 그것이다. 중국에서도 이제는 영어를 못하면 결코 환대받지 못하고 취업하기도 힘들다. 대학을 나와도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연봉 차이가 무려 10배나 난다고 한다. 우리나라 유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이제 중국어만 배워서는 중국에서 환대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국어만 잘해서는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 취직조차 하기 힘들다. # 정부차원 대안 마련 나서야 현지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중국 조기유학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어라도 배워두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자녀를 중국에 유학 보낸다면 재고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자녀들을 중국에 유학 보내거나 중국어를 배우게 하는 붐이 일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미국의 경우 영어라는 모국어가 있고 여기에 중국어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부담으로 작용한다. 먼저 중국 교육당국은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한국 학생들의 중국어 실력 증진을 위해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한 예가 세청중학(WYA)에서 운영하는 한어진수반을 들 수 있다. 일반 학교와 달리 중국인이 설립한 사립형 국제학교인 세청중학은 중국어에 서툰 학생들을 위한 한어진수반을 운영한다. 한국 학생은 초기에 대부분 6개월 이상 이 과정을 거친다. 지난 한 해 동안 조기유학생이 3만명을 넘어섰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교육당국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당국도 조기유학의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중국에서 만난 교육관계자는 한번은 한국대사관에 조기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제안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국에 조기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은 ‘중국한어수평고시(HSK)’를 보게 해서 기본적인 중국어 실력을 갖춘 경우에만 정부당국에서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다른 정치적인 문제로 골치 아픈데 각자 맡은 일이나 잘하자”라고 퉁명스러운 말을 했다고 한다. 중국 유학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에 조기유학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정부나 학교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교육 장사’를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중국 조기유학의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묻지마’식 유학을 보낼 게 아니라 유학갈 학교에 대해 철저하게 따져보고 또 자녀와 장래 계획을 세운 후에 보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조기유학의 폐해는 학생 개인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한국 조기유학생 전체가 매도당하는 데 더 심각성이 있다. 한국 학생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 조기유학생, 나아가 한국인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딸들이 중국 학생들로부터 더이상 ‘바보 멍청이’라는 말을 듣게 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대안 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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