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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영문 이름 무심코 썼다 ‘낭패’

천하한량 2007. 10. 28. 22:43
여권 영문 이름 무심코 썼다 ‘낭패’ [조인스]
‘SIN’ ‘BUM’ 등 부정적 단어 피해야 … 출입국 기록 있으면 변경 거의 불가능
회사원 신모(43)씨는 최근 미국 연수를 준비하다 난감한 지경에 처했다. 10여 년 전 여권을 만들 때 무심코 적은 영문 성(姓) 때문이다. ‘Mr. SIN’. ‘미스터 죄악’이란 뜻이다. 그는 과거 이 여권으로 10여 차례 해외로 나갔다. 입국심사대 직원이 흘낏 쳐다봐도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이번에 미국으로 데리고 가기로 한 아들(14). 아들의 여권에도 SIN으로 기재돼 있었다. 아들이 미국 학교에서 놀림을 당할까 걱정된 신씨는 영문 이름을 변경할 수 있는지를 외교부에 알아봤다. 다행히 가능하다고 했다. 영문명 변경 가능 사례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씨는 전가족 여권 재발급 비용 16만5000원(1인당 5만5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신씨와 같은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여권 발급 뒤 여권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면 변경이 수월하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출입국 기록이 남으면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여권 영문 이름을 바꿔 재발급해 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고, 이렇게 되면 선량한 한국민들이 해외 입국검색대에서 차별적 심사를 받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문 이름 변경을 요구하는 이들 중에는 범죄행위로 특정 국가의 입국 금지 리스트에 오르자 새 이름으로 입국하려는 이도 상당하다고 한다. “여권은 해외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신분증입니다. 여행사에 일임하지 말고 신중하게 영문 이름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외교부 여권과 양정림씨의 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알파벳을 쓰지 않는 나라의 국민은 성·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으로 여권에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표기를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신씨처럼 영어권에서 통용되는 부정적 의미를 놓친 경우다. 예를 들어 석씨. SUCK으로 표기한 경우가 꽤 있다. ‘빨다’는 뜻이지만 섹스를 하는 도중 특정행위를 일컫는 비어이기도 하다. 범씨도 대개 BUM으로 쓰는데 양아치, 건달, 엉덩이란 비속어다.

정부는 성의 영문 표기가 명백히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 변경을 승인해 준다.

또 오랜 기간 해외에서 취업한 경우 그 나라에서 쓰는 이름이 굳어져 여권 이름을 바꾸고자 할 때, 가족 간에 성이 달라 일치시키고자 할 때도 가능하다. 물론 가족들의 성이 영문으로 제각각이어도 비자가 거부되진 않는다. 한국 부부의 성이 다르고, 이혼 후 결합하는 가정 또한 많기 때문이다. 가족임을 증명하는 서류만 내면 된다. 세례명의 경우도 원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안 되지만 중간 이름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 해외 불법 체류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부정적인 뜻이 있더라도 이름을 고치기는 어렵다. 대신 붙여 쓰거나 하이픈(-)으로 연결, 독립 단어로 보이지 않게 수정하는 것을 권유한다. ‘김길상’이란 사람이 KILL SANG KIM으로 쓴 경우 KILLSANG 또는 KILL-SANG으로 고칠 수 있다. 기독교식 이름도 주의해야 한다. ‘김요한’의 경우 음역은 ‘YOHAN KIM’이지만 영어식으론 ‘JOHN KIM’ 이다. 주한 호주대사관의 경우 YOHAN으로 쓰지 않으면 비자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 7월 전자여권 발급이 시작되면 영문 이름 개정 민원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신청 시 한글 이름을 치면 문광부에서 제공하는 추천 영문 표기 리스트가 뜨는 시스템을 담았기 때문이다. 석씨의 경우 SEOK이 추천어로 나오기 때문에 SUCK으로 기재할 소지는 사전에 차단된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