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와 유가 상승 등에 따른 타격과 불안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주요 지역의 경기 하락과 침체는 전 세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 미국, 길어지는 모기지의 그늘
10월 19일 금요일.
20년 전 이날은 다우지수가 22.6% 급락해 블랙먼데이가 발생했던 날.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36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블랙먼데이’에 비하면 대폭락 장세는 아니었지만 19일 주요 지수가 급락하면서 ‘암울한 금요일(Bleak Friday)’ 혹은 ‘회색 금요일(Gray Friday)’이라는 말이 나왔다.
요즘 미국에서는 앞으로의 경제에 대해 ‘암울한 회색빛’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recession)’라는 말도 점점 언론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대표적인 비관론자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비관론 득세의 결정적인 계기는 주택경기 침체다. 주택경기 침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통한 신용시장 경색에서부터 고용시장 위축, 소비 침체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다우존스산업지수가 360포인트 이상 급락한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앉아 있다. 뉴욕 증시의 급락은 국제 유가 상승과 중국 증시의 거품 논란,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 실적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
집값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미국 경제를 이끌어 온 소비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자동차 판매 시장은 주택경기 하락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주택경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IBM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은행들이 정보기술(IT) 투자를 줄이면서 타격을 입을 정도로 주택경기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일본, 호황 속 커지는 불안감
기업들의 왕성한 설비투자 의욕을 바탕으로 전후 최장(最長)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일본도 최근 원유가 폭등과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중동 정세가 더 긴박해지면 배럴당 원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원재료 조달비용이 상승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코증권의 한 경제전문가는 “원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 (도쿄 주식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18일 주식시장에서는 석유 화학 종이 해운 등 원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물론 식품과 소매업 등도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 전체 종목의 83%가 하락했을 정도.
일본종합연구소는 배럴당 원유가가 88달러 근처에서 오르내리고, 가격 상승 부담을 기업이 모두 떠안으면 일본 전체 기업의 경상이익은 4조 엔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수출 관련 기업들도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 유럽, “약 달러 타격”
미국의 신용경색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유로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유럽에서는 수출 경쟁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유럽 주요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런던 FTSE 100지수는 81.50포인트(1.23%) 하락한 6,527.9로 마감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30지수와 프랑스 파리 CAC 40지수는 각각 0.47%와 0.46% 밀린 7,884.1과 5,740.5로 장을 마쳤다.
베어스턴스의 데이비드 브라운 유럽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가치 하락과 원유가 상승 등 각종 불안 요소가 유럽 증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한편 유로화 가치는 이날 1.4319달러로 치솟아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폴 존슨 미국 재무장관이 ‘강 달러’로 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달러화 대신 유로화를 신뢰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유로화 강세는 유로권의 건실한 성장세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유로화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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