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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하나의 유럽’ 정치·군사공동체 첫 발

천하한량 2007. 10. 19. 23:10
EU ‘하나의 유럽’ 정치·군사공동체 첫 발
입력: 2007년 10월 19일 18:30:12
 
유럽연합(EU)이 19일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EU 27개국 정상들은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2005년 부결된 EU 헌법을 대신할 새 개정조약을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EU는 경제공동체를 넘어 정치·군사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영국 등 일부 회원국 시민들이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있어 개정조약의 비준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순번 의장인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 조약과 함께 유럽은 수년간 지속됐던 난국을 극복했다”며 “EU는 미래의 새로운 도전에 맞설 준비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개정조약을 통해 EU는 21세기 국제무대에 걸맞은 활동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자축했다.

개정조약은 유럽통합의 기초가 됐던 과거 조약들을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EU는 2004년과 2007년 옛 동구권 12개국을 새 식구로 맞아들이며 덩치를 키웠지만,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엔 변화가 없었다. 경제 규모는 증가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각도 새 조약 논의가 시작된 배경이다.

EU는 우선 만장일치였던 의사결정 방식을 이중다수결제도로 바꿨다. 회원국의 55%(15개국) 이상과 역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게 했다.

세계 무대에서 EU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직과 외무장관 격인 외교안보정책 최고대표직이 신설됐다. 회원국 정상 중에 선출되는 임기 2년6개월의 대통령은 EU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한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자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의 규모도 줄였다. 다만 회원국 의회의 3분의 1이 EU 법률안에 반대할 경우 집행위원회가 법안을 재검토하도록 규정, 개별 국가의 권한을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EU 정상들은 2009년 1월부터 개정조약을 발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상들은 오는 12월 다시 리스본에 모여 개정 조약에 정식 서명하고, 국내 비준 절차를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회원국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인구수가 가장 많은 5개 회원국 국민의 70%가 조약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영국에선 야당인 보수당이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국민투표 실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국민투표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EU 정상들은 부결의 부담이 큰 국민투표보다 의회 비준을 선호하고 있다. 당초 준비했던 EU 헌법안을 포기하고 개정조약으로 격하시킨 것도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2005년 EU 헌법을 부결시킨 바 있다.

유럽의회 영국 의원인 앤드루 더프는 “문제가 될 소지가 큰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부터 비준 절차를 시작하되, 반드시 의회 비준을 실시해야 조약이 물거품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