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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정소에서 ‘현대판 불로초’ 발견

천하한량 2007. 10. 18. 04:49
  • 돼지 정소에서 ‘현대판 불로초’ 발견
  • 영남대 최인호 교수팀, 10여년 연구 끝에 밝혀내
    남성호르몬 일종인 ‘나드롤론’… 대량생산 가능할 듯
  • 최재훈 기자
    • 돼지의 정소에서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난드롤론(nandrolone)’이 다량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남대는 생명공학부 최인호 교수팀이 10년간의 연구 끝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그 유전자 구조 및 유전자 암호까지 완전히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박사과정 재학 중 성호르몬의 합성기전과 생리기능을 연구하던 최 교수는 우연히 돼지에서 다른 동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유전자가 존재해 ‘난드롤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최 교수는 돼지의 어느 조직에서 이 유전자가 주로 작용하는가와 유전자 구조 및 유전자 암호를 완벽하게 밝히는 데 성공했다는 것. 이어 2005년부터는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 21사업’의 지원으로 충북대 정정수·을지대 이기호·방송통신대 장종수·한국과학기술원 김연제씨 등과 공동으로 호르몬의 정제 기술 및 분석 방법, 생리적 기능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이 후 최근 최 교수팀은 돼지에서 다량의 난드롤론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특히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의 정소에서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 이번 연구는 화학적 합성 남성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아나볼릭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이 발견된 것이라고 최 교수팀은 밝혔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대부분 화학적으로 합성해낸 것으로, 1930년대부터 많은 제약회사들에 의해 생산됐고, 초기에는 새로운 불로초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남성의 생식기능 저하 및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1964년 올림픽위원회에 의해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실제로 88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벤 존스, 미국 프로야구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 등이 이 약물을 복용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최 교수팀의 ‘난드롤론’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몸에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특이한 성호르몬으로,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남성호르몬보다 근육 성장촉진 및 회복 효과가 훨씬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노화억제와 화상 또는 수술, 방사선치료 후나 에이즈환자들을 위한 근육회복, 빈혈치료, 골다공증치료, 피임 등 의약품 개발을 위한 활용가치도 높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동의보감에서는 ‘힘줄과 뼈가 허약한 경우와 피부가 헌 데 쓴다’며 돼지정소를 약으로 활용했다는 기록과 함께 돈육의 효능이 오늘날 밝혀진 난드롤론의 효능과 유사하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인류에게 단백질과 지방의 주된 공급원이 되어온 돼지고기의 영양학적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난드롤론도 아나볼릭스테로이드처럼 오용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지만 ‘현대판 불로초’로 인류에게 희망을 던져줄 새로운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나온 난드롤론을 추출, 0.13mm 크기의 초소형 캡슐 속에 넣는 데 성공했다. 이는 난드롤론 생산에 관여하는 세포의 배양기술을 이용해 돼지 체내가 아닌 시험관에서도 난드롤론을 합성할 수 있다는 의미. 천연 성호르몬이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경구용 식·의약품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최 교수 팀은 “하지만 현재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수퇘지는 웅취(돼지고기의 심한 냄새) 제거를 위해 대부분 새끼 때 거세되기 때문에 난드롤론의 생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정소를 거세하지 않고도 수퇘지의 웅취를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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