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여름 밤의 악동 모기 |
---|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굶주림에 지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밤이 되어서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뭘 먹을까 한참을 찾고 있는데 오늘따라 먹이거리가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아침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뱃속에선 계속 「피가 모자라다」라고 비명만 터져 나오는데…. 아∼, 나는 이런 피 맺힌 삶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난 여름에 사람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모기다. 그 중에서도 암 모기다. 간혹 내 친구들 중엔 무서운 병을 옮기는 애들도 있는데, 그 애들 이름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무늬 날개모기」하고,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 빨간 집모기」다. 무서운 내 친구들 얘기는 나중에 하고 내 얘기부터 할까 한다.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한번만 물면 온몸을 벅벅 긁느라고 정신이 없다. 인간에게 도움되는 곤충도 많다는데, 난 그렇지 못해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 점에 대해선 할 말 없다. 나 같아도 누가 내 피 빨아먹고 산다고 생각하면 열 받으니까. 그런데 좀 섭섭한 일이 하나 있다. 내 남편이 이슬만 먹고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날 보는 눈빛과 내 남편을 보는 눈빛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난 째려보고, 내 남편은 불쌍하게 쳐다보니까 좀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내가 피를 빠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말이다. 난 기껏해야 여름한철 밖에 살수 없다. 내가 사는 한 달 동안에 계속 알만 낳다가 결국 최후를 맞고 만다. 난 알도 한번에 30개∼100개씩 쑥쑥 낳는다. 이렇게 많은 알을 낳으려면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한데, 동물성 단백질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에 제일 많이 있다. 인간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내가 인간들을 동물보다 더 많이 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을 무는 애들은 100%중에 5%이고 나머지 95%는 동물을 더 많이 무는데 말이다. 또 내가 아무나 좋아한다고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모기도 가리는 게 있다는 얘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땀 냄새, 발 냄새, 화장품 냄새 등 각종 냄새와 젖산, 이산화탄소다. 그래서 나한테 잘 물리는 사람들은 이런 요건 중 하나를 갖췄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체온과 땀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거리는 1m밖에 안되지만, 사람들이 숨쉴 때 내쉬는 이산화탄소가 바람에 실려서 멀리 퍼지기 때문에 난 바로 나에게 헌혈할 인간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어때 이제 내가 누구인지 감∼ 잡았어?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성별은 없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냄새를 많이 풍기거나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인간이라면 모두 나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도 괜히 좋은 사람 싫은 사람 구분 짓듯이 나도 괜히 끌리는 인간이 있다. 아이하고 임산부가 그들이다. 이들은 몸의 열이 높아서 호흡량이 많다. 자연히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많지. 내가 이산화탄소를 좋아하니까 당연히 이들이 주 사냥목표가 되겠지? 근데 사람들은 내가 물면 왜 가려운지 알까? 난 피를 빨기 위해 침을 인간 몸에 찌르는 순간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혈제(히스타민)란 성분도 같이 주입하는데, 그 항응혈제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물린 부위가 빨갛게 되고 가려운 거야. 참 그리고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우리가 몇 층까지 올라 갈 수 있는지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보통 내 친구들은 아파트 10층까지는 거뜬히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나같이 머리 좋은 모기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더 높이 갈 수도 있다. 인간의 갖가지 모략(?)들! 인간들은 나한테 안 걸리려고 방충망, 모기장, 모기기피제 등을 사용한다.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내가 쉽게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날 막을 순 없다. 사람들은 아예 날 완전히 죽이려고 화학전까지 도입했지. 모기향, 에어졸, 매트, 액체형 살충제 등을 개발한 거야. 그런데 이번엔 좀 강하더라고. 에어졸이란 살충제로 내 친구들을 몇 명 죽이더니, 이번엔 약효가 오래가게 매트형과 액체형으로 살충제를 만들어서 많은 내 친구들이 운명을 달리했지. 왜 다들 모기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런데 인간들이 말하는데 이런 살충제도 단점이 있데. 약효가 오래 못간 다나 어쩐다나. 하여튼 화학전으로 안되니까 이번엔 힘으로 우리가 사는 웅덩이나 늪을 매몰시키더라고. 아주 씨를 말릴 모양인가 봐. 여러 가지 방법들을 총 동원하는 인간들. 무섭고 정말 대∼단해. 그런데 설마 내가 영원히 사라질 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도움말 ·이종수 국립보건원 의동물학과 과장 |
'▒ 건강자료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강건강] 충치, 예방법 (0) | 2007.05.23 |
---|---|
[건강] 멀미 예방, 이렇게 하세요 (0) | 2007.05.23 |
[응급조치] 물에 빠진 사람의 구조 (0) | 2007.05.23 |
[건강의학] 물과 피부에 관한 상식 4가지 (0) | 2007.05.23 |
[의학] 암이라고 의심해야 할 위험신호 (0) | 2007.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