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어머님 전상서

천하한량 2007. 5. 8. 16:31


        빗물로 움푹 파인 밭이랑 사이로 어머님 당신 얼굴 주름이 보입니다
        날을 잡아 깍두기 칼칼하게 담궈놓고 외로움에 이아들 기다리던 잔정까지 푹 절여 담그신 햇김치하며 손수 개어놓으신 빨래를 바라보면서 그땐 그것이 정 인줄도 몰랐습니다, 받아놓은 휴가 첫날 새벽 불효한 이 아들의 생일이라고 미역국 앉혀놓고 마주한 주검 앞에 차디찬 오열로만 스러져 가던 날. 영혼이 떠나면 빈 껍질인줄 알았던 당신의 몸은 오랫동안 눈을 감지 못하셨고 감겨 드려도 감겨 드려도 다시 뜨는 당신 눈을 보면서 "혹 이 아들 걱정 때문이면 염려를 놓고 편히 가시라"는 나의 그 한마디를 듣고서야 그제야 비로서 눈을 감으시던 당신, 그 밤도 장대같이 억센 비는 내리고 하관을 준비하는 발걸음 따라 어머님 당신은 웃으며 우리와 같이 걷고 걷다가 또 하늘 노여움을 푸셨습니다 "얘야~ 잘 살아라!" 말 한마디 없이 속살 헤집는 당신의 정염은 우뢰와 같이 오는 벼락이 되어 내 안의 이기와 아집을 치고 나는 혼 나간 육신처럼 피 흘리며 스러져 갔습니다 무덤 앞에 무덤 앞에 통곡 하면서 돌아오는 길. 어머님. 당신은 외로움에 젖어 또 또 우시고 계셨지요 서울에는 그 눈물로 장마가 지고 벽지에선 그 눈물로 떠 내려가는 집이며 전답이며 내 썩은 정신이며- 어머님 당신의 눈물앞에 저는 흠뻑 젖어서 모든 옷을 다 벗고 이기와 편협과 아집과 나태까지 벗고- 불효한 이 못난 것에게 어머님 살아생전 남겨두신 덕담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못 박으면서 그 손길 그 사랑을 그리워해야 하는 모진 고문을 꿀맛처럼 달게 받아야 했습니다 어머님 이제 당신 떠나시고 십 수년 째 봄을 보내고 여름 오는 길목에서 어머님 내내 안녕 하셨는지요 며칠 있으면 당신의 기 제사라 자손 모여 기도할 때 그 기도 통째로 받으셔서 빗물 한방울도 떳떳되이 맞도록 하늘 구름 한점도 꼿꼿하게 볼수 있도록 용서를 용서를 하여 주시 옵소서. 어머니! 가슴이 아리도록 그리운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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