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잡아 깍두기 칼칼하게 담궈놓고
외로움에 이아들 기다리던 잔정까지
푹 절여 담그신 햇김치하며
손수 개어놓으신 빨래를 바라보면서
그땐 그것이
정 인줄도 몰랐습니다,
받아놓은 휴가 첫날 새벽
불효한 이 아들의 생일이라고
미역국 앉혀놓고 마주한 주검 앞에
차디찬 오열로만 스러져 가던 날.
영혼이 떠나면
빈 껍질인줄 알았던 당신의 몸은
오랫동안 눈을 감지 못하셨고
감겨 드려도 감겨 드려도
다시 뜨는 당신 눈을 보면서
"혹 이 아들 걱정 때문이면
염려를 놓고 편히 가시라"는
나의 그 한마디를 듣고서야
그제야 비로서 눈을 감으시던 당신,
그 밤도 장대같이 억센 비는 내리고
하관을 준비하는 발걸음 따라 어머님
당신은 웃으며 우리와 같이 걷고
걷다가 또 하늘 노여움을 푸셨습니다
"얘야~ 잘 살아라!" 말 한마디 없이
속살 헤집는 당신의 정염은
우뢰와 같이 오는 벼락이 되어
내 안의 이기와 아집을 치고
나는 혼 나간 육신처럼
피 흘리며 스러져 갔습니다
무덤 앞에
무덤 앞에
통곡 하면서
돌아오는 길.
어머님.
당신은 외로움에 젖어 또
또 우시고 계셨지요
서울에는 그 눈물로 장마가 지고
벽지에선 그 눈물로 떠 내려가는
집이며 전답이며 내 썩은 정신이며-
어머님 당신의 눈물앞에 저는
흠뻑 젖어서
모든 옷을 다 벗고
이기와 편협과
아집과 나태까지 벗고-
불효한 이 못난 것에게
어머님 살아생전 남겨두신
덕담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못 박으면서
그 손길 그 사랑을 그리워해야 하는
모진 고문을 꿀맛처럼
달게 받아야 했습니다
어머님
이제 당신 떠나시고 십 수년 째
봄을 보내고 여름 오는 길목에서
어머님 내내 안녕 하셨는지요
며칠 있으면 당신의 기 제사라
자손 모여 기도할 때
그 기도 통째로 받으셔서
빗물 한방울도 떳떳되이 맞도록
하늘 구름 한점도
꼿꼿하게 볼수 있도록
용서를
용서를 하여 주시 옵소서.
어머니!
가슴이 아리도록
그리운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