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이동통신회사 건물에 돌진하고, 홧김에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고, 사소한 말다툼 끝에 공기총을 쏘고….
욱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정신과 전문의와 사회학자들은 “‘안티 정서’와 분노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적 코드가 됐다”고 염려한다.
▽욱하는 범죄 늘어=경찰청에 따르면 폭행 범죄(상해 포함)는 1996년 3853건에서 2005년에는 6226건으로 급증했다.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계획적인 폭력은 강도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진다”며 “폭행에 그친 범죄는 대부분 충동 폭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순래(경찰행정학) 원광대 교수는 “한국인이 서구인에 비해 더 격분하는 성격을 가졌다는 통계는 없다”며 “다만 한국인이 서구인에 비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즉, 평소에는 표현을 하지 않다가 불만이 폭력으로 드러난다는 해석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5년에 낸 ‘한국인의 갈등 해소 방식’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갈등은 ‘감정적 갈등(affective conflict)’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과 생각이 다를 때 나타나는 ‘인지적인 갈등’이 아니라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 이성보다는 감성적이기 때문에 더 욱하기 쉽다는 해석도 나온다.
▽규범은 없고 막말만 있다?=이상민(사회학) 한양대 교수는 ‘욱하는 폭력’의 증가 요인으로 막말하는 사회 분위기와 규범의 약화를 지적했다.
그는 “어느 사회나 구성원들이 욱하는 기질은 갖고 있지만 이것을 제어해 줄 규범이 약해질 때 분노가 거칠게 표출된다”며 “고위층부터 막말을 분출하는 현상도 사람들이 쉽게 감정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이시형 원장은 “한국인의 정서에 계층과 소득, 성별 등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며 ‘평등강박증’도 사회 구성원 간 분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인터넷 강국의 그늘=20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전날 새벽 교통사고를 당한 10대 가수의 상태가 나쁘다는 뉴스가 뜨자 한 안티 팬이 ‘꾀병’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팬들이 이 누리꾼에게 ‘개념 없는 ×’라는 비난을 쏟고 그를 옹호하는 측에서 욕설로 맞받아 게시판은 난장판이 됐다.
욱하는 감정은 인터넷 강국답게 온라인에서도 두드러진다. 최근 온라인 게임을 하던 두 중학생이 채팅으로 가벼운 말다툼을 하던 끝에 결국 ‘현피’(온라인에서 갈등 끝에 오프라인에서 만나 실제 싸우는 행위)를 해 두 사람 모두 크게 다친 사건도 있었다.
▽해법은?=전문가들은 욱하는 행동의 원인으로 분노를 지목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분노를 바로 발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계속 참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억압된 분노는 화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의사 심우진 씨는 “특히 대화 단절이 분노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라며 “폭발적인 분노로 치닫기 전에 의사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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