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요기의 달리는 말'- 밀라레빠 -

천하한량 2007. 4. 18. 14:55
      밀라레빠 책에서 읽었던 티벳의 성자 밀라레빠의 이야기가 생각 난다. 밀라레빠는 한 성자의 제자가 되기 위해 그가 시키는대로 산꼭대기에 돌탑을 쌓았다. 그러나 성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정성스레 쌓아 놓은 탑을 무너뜨려 버렸다. 한 개의 돌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데만도 한나절이 걸리는 힘든 노동의 대가를 그러나 밀라레빠는 두 번, 세 번, 열 번, 계속 탑을 쌓았다. 수십 차례를 그렇게 탑을 쌓고 허무는 되풀이 끝에 성자는 비로소 밀라레빠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바윗돌같이 단단하고 모질고 거친 밀라레빠의 마음 속 독기들을 완전히 빼낸 후에 진리의 언어와 맑은 생각을 넣어줌으로써 그를 티벳 정신사에 길이 빛나는 성자가 되게 했다. 우리는 모두 탑을 쌓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야말로 탑쌓기가 아닐까. 밀라레빠와 같은 겸손과 순종과 진실의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탑쌓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자만과 오기, 욕심으로 쌓아 올린 탑을 성자는 어떻게 할까. 남의 앞이나 위에 군림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기쁘고 유익하게 소용되기 위해 노력할 때에 비로소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별을 바라보는 눈이 별을 깨우는 눈이 되고, 종내는 스스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찬란한 반짝임의 별이 되도록 밀라레빠의 참음, 아픔, 슬픔까지도 자기의 것으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나는 사랑한다. 산 밑 작은 옹달샘에 내려와 앉은 하늘, 그리고 구름 한 자락과 누구 하나 쳐다봐 주지 않아도 늘 반짝이며 빛을 뿌리는 밤하늘의 별과 진리의 길을 찾아 말없이 탑을 쌓는 밀라레빠는 바로 이 밤을 밝히며 내일의 아침을 여는 젊은 그대들이 아닌가.



    내 몸은 보리(지혜)언덕 위의 사원
    가슴은 신성한 재단
    마음은 말처럼 그 안에서 날뛰고 있네

    이 말을 어떤 올가미로 붙잡을 수 있을까?
    어떤 말뚝에 묶어야 할까?
    어떤 먹이를 먹여야 할까?
    어떤 물을 주어 그 목을 축이며
    어떤 옷을 입혀야 할까?

    그 올가미는 오로지 한 생각, 정신집중
    묶을 때에는 명상의 말뚝에
    배고플 때에는 구루의 법을
    목마를 때는 의식의 흐름을
    추울 때에는 공(空)의 옷을 입히라.

    안장으로는 의지를
    그물로는 지성을
    껑거리끈으로는 흔들임이 없는
    마음(心)을 말에 매달아
    그 주위에 생명의 기운을 통하게 하라.

    기수는 지성의 젊은이
    그의 투구는 대승의 이타사상
    갑옷은 수학(修學)과 사고 그리고 정관(靜觀)
    등에는 인내의 방패를 메고
    손에는 대망의 긴 창을 들었네
    허리에 이성의 검을 차고
    우주의 마음인 거침없는 화살을
    현명하고 올바른 시위에 매겨
    신심깊은 자들의 이기심을 관통하네

    그 말은 행복이 넘치는 평원을 달리니
    행선지는 모든 승리자(불타)들의
    경지인 달성
    뒤에는 삼사리에의 집착을 버리고
    앞으로는 구원의 안전한 장소로
    달려가네

    이것이 너희가 생각하는
    행복인지 아닌지 판단해보라.
    세속의 덧없는 행복을
    나는 바라지 않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