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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탐구(2)] 만성 치주염 - 잇몸 염증이 치아 지탱하는 뼈 녹여

천하한량 2007. 4. 6. 00:59
[질병 탐구(2)] 만성 치주염 - 잇몸 염증이 치아 지탱하는 뼈 녹여
심해지면 치아 빼고 인공치아 시술... 치조골에 뿌려 심는 임플란트가 좋아
인터뷰 |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
“칫솔질 잘해야 예방… 임플란트, 레이저 수술로 간단해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노강(51)씨는 어느 날 어금니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평소 치아관리에 소홀하긴 했어도 충치처럼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아 그대로 방치해뒀던 박씨는 결국 어금니를 뽑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인은 만성 치주염이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하루 1갑 이상을 피워댄 담배가 만성 치주염을 불러와 치아를 지탱하는 치조골이 녹아버린 것이다.


만성 치주염(晩成齒周炎)이란 치석 등으로 인해 잇몸에 생긴 염증이 나아가 치아를 지탱하는 뼈, 즉 치조골을 녹게 만드는 증상을 말한다. 급성 치주염과 달리 증세가 진행되는 것이 더디고 좀처럼 통증을 느끼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만성 치주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치석이다. 보통 음식을 먹은 후 3분 정도만 지나면 플라그가 생기기 시작한다. 충치를 유발하는 플라그는 양치질로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플라그가 제거되지 않은 채 하루 이틀 방치됐을 때 생성되는 치석은 양치질로 제거되지 않는다. 양치질로 없어지지 않는 치석을 제거하기 위해선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스케일링을 한다고 해서 치석이 100%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의 치석은 비교적 쉽게 제거가 가능하지만 잇몸 안에 생성된 치석은 제거가 어렵다. 잇몸 안에 생긴 치석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치조 활력술’을 받아야 한다. 숙련된 치과의사가 스케일링을 시술할 경우 치석의 70% 정도가 제거된다.


이렇게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치석이 잇몸 안으로 파고들 경우 잇몸에 염증을 유발하고 나아가 치아를 지탱하는 뼈, 즉 치조골(齒槽骨)을 공격해 치조골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치아는 치조골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치아의 기반이 되는 치조골이 녹을 경우 자연히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치조골의 녹은 정도가 심하면 치아가 더 이상 뿌리를 내릴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치아를 뽑아내야 한다. 치석 외에 스트레스, 당뇨와 같은 전신질환, 폐경기 호르몬 변화 등도 만성 치주염의 원인이 된다.


치주염은 보다 가벼운 증상인 치은염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치주염과 치은염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정확한 진단은 방사선 촬영을 통해 의사가 내리게 된다. 치은염 단계에서는 잇몸이 약간 붓고 양치질할 때 종종 피가 난다. 치주염으로 넘어가면 붓고 피가 나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부어오른 잇몸에 고름이 생긴다. 통증도 찾아오며 더 심해지면 치조골이 녹아내려 잇몸이 가라앉고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종국엔 치아를 뽑아내야 한다.


치아를 제거했을 경우 그 부위의 세균과 치석을 긁어내 염증을 치료하면 신기하게도 녹아내렸던 치조골이 다시 생겨나게 된다. 이것은 그 동안 치아가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의 진원지 역할을 함으로써 치조골의 재생(再生)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치아를 제거함으로써 치주염의 고통에선 해방될 수 있지만 이제 문제는 남은 자리를 메워넣는 것이다. 빠진 치아 자리를 방치할 경우 당장 씹는 데 불편을 느낄 뿐 아니라, 양 옆의 치아가 빈 자리로 이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턱뼈의 형태가 변형될 위험이 있다. 더구나 빠진 치아가 앞니라면 미관상 내버려두기 어렵다. 결국 인공치아를 끼워넣어야 한다.


인공치아를 통칭해서 보철(補綴)이라 한다. 보철엔 크게 틀니, 브릿지, 임플란트의 세 종류가 있다. 틀니는 가장 값이 싸지만 자신의 치아에 비해 힘을 40~50%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못하다. 양 옆의 치아를 깎아내 홈을 낸 후 그 사이에 인공치아를 걸어놓는 방식의 브릿지는 실제 치아의 70~80% 정도 힘을 쓸 수 있다. 다만 옆의 치아를 손상시켜야 한다는 점과 치아가 연달아 빠졌을 경우 시술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실제 치아의 90% 이상 힘을 쓸 수 있는 임플란트는 가장 이상적인 보철로 꼽힌다. 우선 치조골에 인공치아의 뿌리를 심는다. 시간이 경과해 뿌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 위에 치아 모양의 최종 보철물을 씌운다. 실제 치아와 마찬가지로 뿌리를 치조골에 심어 고정시키기 때문에 가장 실제 치아에 가깝다. 다만 잇몸을 째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등 수술 과정이 고통스럽고 출혈이 많아 지금까지 노약자나 당뇨 등을 가진 전신질환 환자에겐 시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레이저를 이용해 출혈과 고통이 거의 없이 시술하는 것이 가능해 노인이나 전신질환 환자도 임플란트를 받을 수 있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