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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음악파일 복제 '끝나지 않는 전쟁'

천하한량 2007. 3. 12. 17:53

최근 미국 애플사(社)의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MP3 음악파일에 DRM(복제방지장치)을 없애고 온라인 음악시장을 개방하자”고 말해 세계 음악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DRM은 음악파일을 무단으로 복제·저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유료로 판매하는 대부분의 MP3 음악파일에 포함돼 있다.

스티브 잡스 “DRM 철폐해서 음악산업 살리자”

애플의 CEO가 DRM 폐지를 촉구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애플이 운영하는 유료 음악 사이트 ‘아이튠스(iTunes)’는 DRM을 붙인 음악파일 서비스로 미국 디지털음악 유통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음악은 애플의 전용 MP3플레이어 ‘아이팟’에서만 들을 수 있다. 돈을 주고 산 음악파일인데도 다른 회사의 MP3플레이어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플로서는 DRM이 불법 복제를 막고 황금알을 낳아주는 최고의 ‘효자’인 셈이다.


 

그런데도 스티브 잡스는 “DRM은 불법복제로부터 음악산업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그는 “소비자가 아이팟으로 듣는 음악의 3%만이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악이고, 나머지 97%는 불법 복제됐거나 DRM이 없는 음악파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팟은 아이튠스가 제공하는 음악파일과 함께 DRM이 붙지 않은 무료 음악파일도 재생할 수 있다.

잡스는 “DRM을 없애서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면 오히려 합법적인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의 DRM 폐지론에 대해 음반업계는 “음악산업을 멸망시키려는 발상”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 4대 음반업체 중 하나인 워너뮤직의 에드가 브론프먼 CEO는 지난달 열린 세계 3GSM 회의에서 “음악파일에 저작권을 표시하는 DRM을 넣는 것과 특정 음악파일의 호환성 여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도 DRM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영국은 네티즌 1400명이 총리실에 제출한 ‘DRM 금지 탄원’를 기각하면서, “DRM은 디지털 콘텐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음악파일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저작권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DRM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DRM 존속과 폐지를 둘러싼 음악산업계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디지털 음악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음악시장이 침체될 수 있고, 관련 사업자들의 입장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음악계도 의견 분분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최신 인기가요인 이기찬의 ‘미인’을 다운로드 하려면 500원의 정보이용료를 내야 한다. 이 요금에서 음반제작사 등 음원(音源)권자가 49%인 245원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운영사가 차지한다. 월 4500원을 내고 멜론에 있는 음악을 무제한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멜론은 작년 한해 동안 69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멜론이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된 특별한 사업방식 때문. SK텔레콤 가입자들은 MP3 기능이 있는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반드시 멜론에서 음악파일을 내려받아야 한다. 다른 음악사이트가 제공하는 음악은 들을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최신 뮤직폰을 갖고도, 멜론에 가입하지 않으면 음악기능을 전혀 못 쓰게 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DRM 때문이다. SK텔레콤의 휴대폰은 자체 개발한 DRM이 붙어있는 음악파일만 재생하도록 디자인됐다. 멜론은 디지털 음악의 유료화 모델을 성공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작년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곧 역풍을 맞았다.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행위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 가입자가 다른 음악사이트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소비자 편의를 중시한 판단이었다.

SK텔레콤은 일단 공정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다른 한편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측 법률대리인 홍대식 변호사는 “애플의 음악사이트 ‘아이튠스’가 제공하는 음악을 아이팟에서만 들을 수 있는데, 미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규제가 없다”며 “아이튠스와 비슷한 멜론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되는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경원의 김재용 변호사는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상태에서 가입자들이 멜론 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강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는 애플의 아이팟 대신 다른 MP3플레이어를 구입할 선택권이 있지만, SK텔레콤에 이미 가입해 있는 사람들은 멜론 외에는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권한이 없어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MP3 음악파일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디지털 음악의 저작권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Keyword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저작권 관리장치. 디지털 콘텐트의 불법 복제와 변조를 방지해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MP3 음악파일에 암호화된 고유 사용권한을 부여해 불법복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애플의 ‘아이튠스’나 SK텔레콤의 ‘멜론’ 등 상당수 음악사이트들은 각자 독자적인 DRM을 채택하고 있어 호환성이 없다. 아이튠스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삼성전자 MP3 플레이어에서 듣지 못하고, 반드시 아이팟으로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최근엔 동영상의 저작권 보호에도 DRM이 많이 사용된다.

 

출처 : 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