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관·인터넷 합친 복합미디어… 휴대전화의 미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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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 KTF 사장실. 조영주 사장이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5초 가량 지났을까.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일본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NTT도코모의 나카무라 마사오(中村維夫) 사장이 나타났다.
첨단 3.5세대 이동통신(HSDPA) 기술이 바다 건너에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상대방의 손 안에 가져다 놓았다. 통화음질은 또렷했고, 영상 화질은 서로의 얼굴표정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두 사람은 통신기술의 발달이 일상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조 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일본 NTT도코모 나카무라 사장의 휴대폰(오른쪽 사진)에 KTF 조영주 사장의 얼굴이 크게 나타나 있다. 조 사장의 휴대폰(왼쪽)에는 나카무라 사장의 얼굴이 보인다. /KTF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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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조영주(이하 조)=과거 휴대전화는 공간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을 소리로 이어주는 기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휴대전화는 사람과 콘텐츠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휴대폰으로 TV를 보고 지금 우리처럼 얼굴을 보며 얘기할 수도 있죠. 휴대폰의 미래는 TV·영화관·인터넷 포털을 모두 합친 복합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현지에 있는 통역이 화면에 나타나 조 사장에게 좀더 크게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사장과 나카무라 사장이 동시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ㅡ나카무라 마사오(이하 나카무라)=그렇습니다.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통화만 해서는 우리 같은 회사가 살아가기 힘들죠.(웃음) 도코모는 오래 전부터 콘텐츠 산업에 투자해왔어요. 우리는 후지TV 지분을 갖고 있고, ‘가토카와’ 영화사의 지분도 샀죠. 요즘 한국에서 일본의 ‘데스노트’ 영화와 만화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던데요. 니혼TV가 만든 데스노트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도코모가 투자했어요. 몇몇 업체와 함께 방송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도코모는 2001년 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WCDM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현재 WCDMA 가입자(3000만명) 숫자가 세계에서 제일 많다. 도코모는 무선인터넷 ‘아이모드’ 서비스로 영화·게임·사진 등 콘텐츠 사업을 펼치고 있다.)
- ▲NTT도코모 나카무라 마사오 사장(왼쪽)과 KTF 조영주 사장이 일본과 한국의 사무실에 앉아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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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조=우리도 휴대폰 미디어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큰 인기를 끈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KTF가 투자했습니다. 투자 금액의 2배를 돌려 받았죠. 더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에서 이 영화를 독점 방영하는 권한을 얻었다는 겁니다. 휴대폰 벨소리, 배경화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이동통신사의 경쟁상대나 협력대상이 ‘월트디즈니’가 될 수도 있어요.
ㅡ나카무라=도코모는 한국 영화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투자한 영화에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날도 곧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ㅡ조=드라마‘겨울연가’를 촬영한 남이섬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일본 관광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KTF는 작년에 남이섬에 일본 자동로밍용 기지국을 세웠습니다. 그 지역 매출이 당장 1.6배가 늘더군요.
ㅡ나카무라=일본과 한국은 제일 가까운 나라면서도, 이동통신 방식이 달라 자동로밍이 어려웠어요. 이제는 그런 불편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됩니다. 도코모의 WCDMA 서비스는 전세계 공통의 통신기술이어서 자동로밍이 매우 쉽죠.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어요.
ㅡ조=KTF는 3월1일부터 WCDMA 기술을 개선한 3.5세대 이동통신(HSDPA) 서비스를 전국에서 시작합니다. 이제는 별도 기지국을 세울 필요도 없어요. 일본사람이 한국에 오거나, 반대로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자기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한국의 HSDPA와 일본의 WCDMA는 통신방식이 같기 때문에 한·일 양국 어디서나 휴대폰 로밍통화가 가능하다.)
ㅡ나카무라=NTT도코모도 한류를 타고 있어요. 무선인터넷 서비스 ‘아이모드’에서 요즘 한국 관련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는 조선일보 뉴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콘텐츠가 3건뿐이었는데, 지금은 32개로 늘었어요. 한국 영화?드라마, 한국어 및 번역, 한국음식, 한국스타 사진 서비스도 대인기입니다. 매출도 수십배 늘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ㅡ조=한국의 통신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ㅡ나카무라=발전속도가 너무 빨라 무섭습니다.(웃음) 이번에 LG 전자가 우리를 포함한 전세계 13개 이동통신 업체에 3세대(WCDMA) 휴대폰을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죠. 그 제품을 봤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LG전자와 구매 물량을 협의할 생각입니다.(조 사장은 대량구매로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에게 이득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ㅡ조=늘 가격이 문제죠. LG전자가 매력적인 가격에 훌륭한 제품을 준다면 아무도 거부할 수 없을 겁니다. 통신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영화 같이 용량이 큰 콘텐츠를 봐도 요금부담이 없어야 합니다. HSDPA 서비스는 대용량 데이터를 빨리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무선인터넷) 요금을 낮출 생각입니다.
ㅡ나카무라=그럼, 우리도 더 자주 통화할 수 있겠네요. 오늘 영상 전화로 뵙게 돼서 즐거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휴대폰 영상통화 요금은 10초당 100원(국내통화 기준). 10초당 18원인 음성통화 요금의 5.5배 수준이다.
조영주 사장은“일본에선 영상통화 요금이 음성통화료의 2배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 수준으로 요금을 조정한다면 영상통화를 포함한 데이터통신 요금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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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도코모 가입자 5221만명(점유율 56%)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 업체다. 연평균 1조2500억원을 3세대 이동통신(WCDMA)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WCDMA 관련 특허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업체 가운데 하나다. 도코모의 수많은 콘텐츠와 서비스 경험을 앞세워 세계 20여개국에서 무선인터넷 아이모드(i-mode)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카무라 사장은 2004년 6월 NTT도코모 사장직을 맡았다. 도쿄대 법학과를 나왔고, 모회사인 NTT 근무를 포함해 40년간 통신분야에서 일했다.
HSDPA 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고속하향패킷접속)의 줄임말. MP3 음악 한 곡을 2초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초고속 무선통신 서비스다. 3세대 이동통신(WCDMA)과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이지만, 통신속도가 더 빨라 3.5세대 서비스라고 불린다. KTF는 3월초, SK텔레콤은 3월말에 HSDPA 전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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