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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종[新鐘(개성)]-이곡(李穀)-

천하한량 2007. 3. 1. 17:49

이곡(李穀)의 새 종[新鐘] 명문에,

 

“지정(至正) 6년(충목왕 2년) 봄에 자정 원사(資政院使) 강금강(姜金剛)과 좌장고 부사(左藏庫副使) 신예(辛裔)가 천자의 명으로 금폐(金幣)를 가지고 와서 종을 금강산에서 주조하였다. 이때 산 밑에 여러 고을에 흉년이 들었는데, 백성들이 다투어 공에게 달려가 밥을 얻어 먹고서 살아났다. 종이 완성되고 공이 돌아가려 하는데, 국왕과 공주가 신하들에게 이르기를, ‘금강산이 우리나라 안에 있는데, 이번 성천자(聖天子)께서 근신(近臣)을 보내, 크게 불사(佛事)를 하여 무궁토록 전하게 한 것이 이와 같다. 그런데 내가 털끝만큼도 보조한 것이 없었으니 어찌 위에 보답할 것을 도모하지 않겠는가.’ 하니, 모두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운운. 큰 종을 오래도록 폐한 채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 솜씨 있는 대장장이가 옴으로 인하여 다시 주조하면 또한 위의 뜻을 받들고 없어지지 않는 공이 되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드디어 공에게 말하니, 공이 기꺼이, ‘그렇다.’ 하며 가던 길을 멈추고 완성하였는데, 왕이 신 이곡을 명하여 명문을 짓게 하였다. 명문에, ‘뭇 사람의 귀를 가지런히 하는 것은 금 소리에 당하는데, 삼군(三軍)을 정제하는 것은 팔음(八音)이 조화되는 것. 구담(瞿曇) 늙은이 말 뜻도 깊은데, 지하에 옥(獄)이 침침도 하다네. 일만 번 나고 일만 번 죽는 인생 괴로움도 많으니, 취한 듯 꿈결인 듯, 귀머거리도 되고 벙어리도 된다네. 한 번 종소리 들으면 모두 마음 깨치는 것 도성의 연복사 큰 절간이네. 새 종소리가 남쪽 마을 진동하니, 위로는 저 하늘에, 아래로는 지하에 사무치네. 모두 맑은 복 입는데, 묘하고도 장엄하니 동쪽 나라의 임금과 신하 화봉(華封)의 축하 세 가지네. 천자 만세 살아 장수하고 아들도 많으니, 가 없는 경사 나라와 함께 하리. 신을 명하여 명문 지어서 새겨 두게 하네.’ 하였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