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월남 이상재 선생이 제1회 전소년야구대회에서 시구하는 모습
두루마기 휘날리며…
1921년 이상재선생 소년대회서 '와인드업'
1958년 이승만 대통령1호…연예인도 단골
1921년 제1회 전소년야구대회에선 월남 이상재 선생이 하얀색 두루마기를 입고 시구를 했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남겨진 당시 모습은 생경한 초창기 야구대회 분위기를 전해준다.
고교야구의 인기가 초절정을 달렸던 70년대. 이 당시만 해도 각종 굵직한 대회에서 이벤트성 시구 행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교대회에선 대부분 양교 교장이 개막전 시구를 맡았다. 실업대회의 경우 후원사 사장이 시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이 시구에 등장한 적도 몇차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58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전서울군의 친선경기때 '대통령 시구 1호'를 기록했다. 82년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개막전과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나 했고, 2003년 여름 대전서 열린 올스타전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슬로커브'를 뿌렸다. 당시 노대통령은 부산상고 선배인 김응용 당시 삼성 감독에게 고개숙이고 깍듯하게 인사를 해 노감독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80년대 개막전에는 주로 장관이나 시장 등 정관계 인물이 등장했다. 반면 올스타전에는 연예인들이 다수 등장했다. 올스타전이 3차전까지 열린 82년 원년에는 이경진 정애리 정윤희 등 인기정상을 달리던 여자 탤런트가 줄줄이 등장했다.
개막전 시구에 처음으로 탤런트가 등장한 건 지난 89년 광주에서 열린 해태-빙그레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영화배우 강수연이 김 집 당시 체육부장관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 큰 호응을 얻었다.
시구자가 약속을 못지켜 급하게 대타를 구하는 소동도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당초 이해찬 총리가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날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자 일정 자체가 취소됐다. KBO 관계자들은 수소문 끝에 그룹 주얼리의 리더인 여가수 박정아를 시구 타이밍에 맞춰 가까스로 '모실' 수 있었다. 박정아는 2003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시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 텍사스 박찬호 등도 한국시리즈에서 시구를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9차전까지 진행된 바람에 시구자에 시타자까지 합쳐 11명이 동원됐다. < 김남형 기자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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