燒酒甁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간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불을 품은 몸의 사내가 있다.
그를 마시고 사람들은 피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을것이다.
하지만 불을 누군가가 다 소비했을 때 그는 비참하게 버려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시인은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에서
아버지의 흐느낌을 듣는다.
그도 어느새 잔에다 자기를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가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
- 중앙일보의 '시가 있는 아침'에서, 이재무 詩人 씀 -
詩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간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불을 품은 몸의 사내가 있다.
그를 마시고 사람들은 피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을것이다.
하지만 불을 누군가가 다 소비했을 때 그는 비참하게 버려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시인은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에서
아버지의 흐느낌을 듣는다.
그도 어느새 잔에다 자기를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가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
- 중앙일보의 '시가 있는 아침'에서, 이재무 詩人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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